푸켓, 영원한 관계는 없겠지만

by 오나

푸켓의 바다는 믿기지 않을 만큼 고운 에메랄드색이었다. 빛에 따라 초록빛으로 물들다가, 다시 푸른빛으로 돌아왔다. 그 변화 속에서 우리의 시간도 조금씩 색을 달리하고 있었다.


푸켓 여행은 우리의 여섯 번째 여행이었다. 홍콩, 블라디보스톡, 보라카이, 나트랑, 프랑스 및 이탈리아까지— 함께 세계를 누볐던 나의 여행 메이트들과였다.


해외여행을 함께한다는 건 단순히 친해서 되는 일이 아니다. 친함의 정도보다는 여행의 정도(程度)가 맞아야 한다. 하루의 속도, 휴식의 방식, 입맛 등 사소한 결들에 따라 우정 여행이 될지 절교 여행이 될지 결정된다.


20대의 첫 해외여행을 함께 했던 우리는 아주 무더운 더위와 살인적인 스케줄 속에서도 인성을 잃지 않았다. 그 뒤로 우리는 세상의 여러 도시를 함께 걸었다.


그리고, 여섯 번째 여행이었던 태국 푸켓. 이제는 관광보다 휴양의 온도를 즐길 줄 아는 나이가 되었다. 우리 모두는 각각 그대로였지만, 상황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자유로운 싱글에서 유부녀가 되고 이제는 엄마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세상에 영원한 관계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이상하게 우리가 언제든 떠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늘 그래왔듯, 여행의 끝에는 다음 여행을 기약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이번 푸켓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삶의 위치와 역할이 달라지자 다음을 쉽사리 기약할 수 없었다.


그때 알았다. 약속에도 계절이 있다는 것을. 함께할 수 있는 때가, 분명히 정해져 있다는 것을.


그런데 변하지 않는 것들도 있었다. 시덥잖은 이야기로 낄낄대는 것, 맛있는 음식에 행복해하던 것, 과거 이야기를 반복하며 그 때의 우리를 떠올리는 것, 그 순간 최선을 다해 즐기는 것. 그건 여전히 우리였다.


영원한 관계도 없고, 그 관계는 변한다. 한때는 그 사실이 슬프기도 했으나, 이제 그렇지 않다. 함께했던 시간의 온도만으로 충분하다. 예전처럼 자주는 아니겠지만, 우리는 또 함께 떠날 것이다. 그리고 늘 그래왔던 시간을 나누며 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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