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에 갈까요?" 이 말은 당신을 좋아한다는 말입니다. 이병률 시인의 문장에서 처음 이 구절을 읽었을 땐, 이해하지 못했다. 삿포로가 뭐가 그리 대단한 도시인가. 눈이 조금 많이 오는 곳, 그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 말이 사실이었다는 걸. 삿포로는 이제,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가고 싶은 도시가 되어 있다. 그 무렵, 우리는 위태로웠다. 전 남친이자 지금의 남편이 된 사람과 계속 같은 문제로 부딪히며, 헤어짐과 만남의 경계에 서 있던 시절이었다. 나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삿포로 여행을 제안했고, 그는 망설였지만 결국 내 손을 잡았다.
삿포로는 정말 새하얀 도시였다. 살짝 밟기만 해도 바스락 소리를 내던 눈, 손끝에 닿는 공기마저 차갑게 빛나던 곳. 삿포로 생맥주의 부드러운 거품은 달콤했고, 스프카레와 우유, 양고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온 도시를 덮은 ‘눈의 질감’이었다. 질퍽하지도 눅눅하지도 않은, 정말 순백의 건조하고 깨끗한 눈. 그 위를 걷는 일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눈을 맞고, 눈길을 밟고, 그 속에서 걷는다는 것이 이렇게 아름다운 일인지 몰랐다.
눈 내리는 길을 함께 걸으며, 노천탕의 김 속에서, 맥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의 마음에 눌러둔 것들을 꺼내고, 몇 번이고 반복되던 오해를 녹였다. 그날 밤, 오래된 감정의 응어리들이
하얀 눈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여행이 끝난 뒤, 그는 프로포즈를 했다. 물론 단 한 번의 여행이 우리를 결혼으로 이끈 건 아니다. 수많은 싸움과 화해, 그리고 대화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삿포로에서의 그 시간들이 우리 관계를 다시 시작하게 만든 ‘온기’였다는 것이다.
지금도 눈이 내리는 날이면, 나는 그때의 삿포로를 떠올린다. 그리고 생각한다. 사랑이란, 결국 그런 낭만의 순간을 품어가는 일의 연속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