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 낯선 땅에서 만난 감정들

by 오나

나이가 들어가면 F도 T가 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기 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현실적인 대책을 세우는 일이 편해서다. 감정은 여전히 우리 안에 있지만, 꺼내는 일이 점점 서툴러진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게 더 마음이 편해서일까.


그러나 여행을 가면, 나는 다시 감정이 풍부한 F가 된다.낯선 땅에서 이국적인 풍경을 바라보고, 처음 보는 사람과 스몰톡을 나누며, 술 한 잔과 바람에 취한다. 그곳에서는 평소보다 감정이 과잉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마음이 열리고, 감정이 제자리를 찾는다.


상하이에서는 '감사'를 배웠다. 교과서에서만 보던 도시를 직접 걷다 보니,이 거리를 언젠가 지나갔을 청춘들의 발자국이 떠올랐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웃음, 행복이 누군가의 간절했던 꿈 위에 서 있다는 걸 느꼈다.


파리에서는 '낯섦 속의 친밀함'을 경험했다. 평소라면 모르는 사람과 오래 대화하지 않았을 텐데, 에펠탑 앞 잔디 위에서 와인을 팔던 청년과 나눈 짧은 대화가 깊은 이야기로 번졌다. 낯선 공간에서의 대화는 이상하게도 오래 기억에 남는다.


도쿄에서는 '변덕'을 느꼈다. 여행 중 돌발상황이 이어졌지만, 짜증스러움은 금세 단단한 행복으로 바뀌었다.

여행자는 우연을 불행으로 해석하지 않는다. 대신, 새로운 장면으로 재빨리 시선을 돌릴 줄 안다.


나트랑에서는 '순수한 즐거움'을 느꼈다. 하이텐션 가이드의 유쾌한 에너지 덕분에 하루 종일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I인 친구들은 “기빨린다”며 지쳐했지만, 그 피로마저 즐거움으로 기억되었다.


결국 내 감정을 만드는 건 나 자신이다. 일상 속에서도 우리는 언제든 감정의 풍요로움을 누릴 준비가 되어 있다. 그 차이는, 생경함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이미 지구별을 여행하고 있는 여행자다. 나의 일상 또한 그 여행의 일부다. 때로는 지루하고 단순하게 반복되는 이 날들을, 조금 더 예민한 눈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여행지에서처럼 찬찬히 들여다본다면, 익숙한 하루조차 새롭게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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