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감사라는 이름의 여행

by 오나

요즘 중국 무비자 정책으로 상하이를 찾는 여행객이 부쩍 늘었다. 나도 그 흐름에 올라타듯 상하이행 비행기에 올랐다. 다양한 서양 국가의 조계지였던 만큼, 도시 곳곳에는 유럽의 향취와 현대적 세련미가 공존하고 있었다. 화려한 야경, 미식의 도시, MZ 세대의 패션, 키덜트 천국까지—상하이는 즐길 거리가 넘치는 도시였다.하지만 그 화려함 속에 오래된 이야기가 숨 쉬고 있었다.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나는 상하이에 묘한 친밀감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 오는 도시였지만, 역사책 속에서 수없이 만났던 곳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상하이 임시정부는 여행 계획을 세울 때부터 반드시 들르겠다고 마음먹은 장소였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특별한 애국심 때문은 아니었다. ‘한국인이니까 한 번쯤 가봐야지’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그러나 임시정부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 낡은 계단과 좁은 복도, 그리고 벽면 가득한 사진들 앞에서 묘한 떨림이 일었다. 젊은 청춘들의 단체 사진 속에는 아는 얼굴도, 모르는 얼굴도 있었다. 그런데 공통된 건 그들의 눈빛이었다. 놀랍도록 맑고, 또렷한 눈동자였다. 꿈을 가진 사람의 눈은 이렇게 반짝이는구나,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다.


그 시대를 직접 겪었던 사람은 아니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상하이의 거리를 걸으며 생각했다. 그들은 이 거리에서 어떤 마음으로 뛰었을까. 밤낮을 가르지 않고 외교와 선전, 무장투쟁을 준비하던 그들에게도 잠시의 여유가 있었을까.


지금 내가 느끼는 자유와 행복이 결코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그들의 간절한 꿈 위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이 감사로 온몸에 스며들었다.


아직도 임시정부 안 그 작은 방이 눈에 선하다.그곳에서 잠을 자고, 꿈을 꾸고, 나라를 세워갔던 사람들의 숨결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 대한민국의 시작과 내가 이렇게 가까이 맞닿아 있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한 번이라도 그토록 뜨겁게 살았던 적이 있었을까. 어쩌면 감사란, 그 마음을 기억하며 오늘을 더 진심으로 살아내려는 또 하나의, 나만의 용기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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