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전생에 프랑스 사람이었을 거야.”
남편이 우스갯소리로 하던 말이었다. 그만큼 내가 ‘파리’라는 도시에 열광했기 때문이다. 파리 감성, 파리지앵, 심지어 이름조차도 어쩐지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오래 꿈꿔온 파리를 직접 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설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지만, 파리는 그 법칙의 예외였다. 예술과 낭만이 공존한다는 말이 진부하게 느껴질 만큼, 도시 자체가 한 편의 영화 같았다.
그날은 에펠탑 피크닉이 예정된 날이었다. 파리의 상징인 만큼, 그냥 스쳐 지나가고 싶지 않았다. 돗자리를 깔고 와인 한 잔을 마시며 에펠탑을 바라보는 단순한 장면이 그렇게나 간절했다.
마트에서 10유로짜리 와인을 사고, 치즈와 과자를 챙겼다.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해 날씨가 걱정이었는데, 도착하자 하늘이 분홍빛으로 기울었다. 그 빛이 에펠탑에 닿는 순간, 파리는 하나의 장면이 되었다. 그런 색의 하늘은 처음이었다.
그때, 낯선 청년이 다가왔다. 피크닉객을 상대로 와인을 파는 상인이었다. 우리는 이미 와인을 사왔다며 정중히 거절했지만, 대화는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잠시 후, 화장실에서 돌아오자 청년이 다시 말을 건넸다.“파리에서는 짐을 두고 가면 안 돼요.” 그는 자신이 자리를 지켜줬다고 했다. 그 말 한마디가 대화의 시작이 되었다.
그는 방글라데시에서 돈을 벌러 온 청년이었다. 에펠탑 피크닉 앞에는 한국인이 많아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며, 유행어를 알려달라 했다. 그가 메모장에 ‘연진아’를 적으며 웃을 때, 나는 이상하게도 너무 재밌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돌이켜보면 그날의 기억은 에펠탑의 짙은 빛결과, 그 아래서 나눈 짧은 대화에 머물러 있다. 스쳐간 대화였지만, 잠시 다른 사람의 인생 한 페이지를 들여다본 듯한 기분이었다. 여행의 진짜 낭만은 어쩌면 그런 순간들인지도 모른다. 하늘 아래 낯선 이들과, 같은 시간의 빛을 바라보던 그 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