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여행에서 진실을 가장 먼저 드러내는 풍경일지도 모른다. 그 나라의 공기보다도, 사람들의 표정보다도 빠르게 여행자의 마음을 비추기 때문이다. 나 역시 여행을 다닐 때면 현지의 맛을 통해 그 도시를 기억한다. 관광객이 가득한 식당보다 현지인으로 북적이는 작은 식당 한 곳이 더 매력적이고, 그 지역의 특산물로 만든 한 끼는 언제나 만족을 준다.
피렌체에서는 티본스테이크가 그 역할을 맡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먹지 못하는 음식이기에 더 설렜고, 피렌체에서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실제로 스테이크는 훌륭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부터 그 맛이 더 이상 맛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나는 프랑스 여행을 막 마치고 베네치아를 거쳐 피렌체에 도착한 참이었다. 다시 말해, 한식이 꽤 오랫동안 내 식탁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한 한국인 이탈리아 가이드가 말하길, “진짜 이탈리아 음식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하루에 한 번은 한식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여행 내내 그 말이 왜 맞는지, 온몸으로 깨닫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한식을 안 먹겠다고 다짐했었다. 주어진 시간 동안은 반드시 그 나라의 음식으로만 채워보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현지 음식을 먹어도 이따금 물리고, 문득 한식이 아찔하게 그리워지는 순간이 왔다.
그래서였을까. 피렌체의 유명한 스테이크 집에 앉아 있을 때, 우리의 포크질은 점점 느려졌다. 서로가 먼저 먹겠다고 하지 않고, “너 더 먹어”라며 권하는 말만 오갔다. 입은 배불렀지만, 마음은 채워지지 않는 묘한 순간이었다.
음식이란 참 신기하다. 마치 각 나라 사람들의 몸에 맞춰 설계된 것처럼, 한식을 오랫동안 먹지 않으면 어딘가 고장이 나는 것 같다. 동시에, 매일 당연하게 먹던 것들이 얼마나 귀한지 깨닫게 해주기도 한다.
매일 먹을 수 있었던 김치와, 특별한 날에야 먹던 스테이크. 결국 이 둘이 자리를 바꿔야 비로소 알게 된다.
일상이란 배경이 사라지면, 특별함도 특별할 수 없다는 사실을—음식이 가장 정확하게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