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 여행이 남긴 깨달음

by 오나

여행을 하다 보면, 일상에서는 스쳐 지나갔을 생각과 감정들이 불쑥 눈앞에 멈춰 서는 순간이 있다. 멋진 풍경 앞에서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을 때도 있지만, 어떤 장면은 오래도록 마음에 머물며 생각의 방향을 바꿔놓기도 한다. 익숙함에서 벗어난 작은 일상이 때로는 큰 깨달음이 되어 돌아온다.


그 깨달음들은 다시 내 일상을 바라보게 하고,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피렌체에서는 ‘한식의 소중함’을 되찾았다. 매일 먹던 음식이라 그 가치를 잊고 살았을 뿐, 뼛속까지 한국인인 나는 아무리 정성스럽게 만든 외국 음식도 깊은 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제야 어르신들이 왜 고추장과 김치를 챙겨 다니는 이유를 온 혀로 알았다.


컨딩에서는 ‘소통의 노력’을 배웠다. 평소 같으면 지나쳤을 순간이었지만, 상대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음성 번역기를 계속 돌렸다. 그 덕분에 내가 좋아하던 드라마 OST를 현지 언어로 듣는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몰디브에서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깨달았다. 이곳 사람들은 매일 이런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며 산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고요하고 충만해질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제주에서는 ‘술과 음악의 상관관계’를 배웠다. 둘을 함께 즐기면 즐거움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것을. 술 한 모금과 음악 한 구절이 서로를 더 선명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이런 깨달음들은 결국 천천히 숨을 고르고, 잠시 머물러 생각하는 시간에서 비롯된다. 일상은 빠르게 흘러가고, 사유의 틈을 거의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여유가 생기고, 그 틈 사이로 생각들이 조용히 스며든다.


생각도 시간을 먹고 자라는 생명 같아서, 하루의 아주 작은 시간이라도 어떤 주제든 마음을 들여다보는 순간이 쌓이면 그것이 결국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그리고 언젠가—그 사유의 조각들이 내 삶을 조용히 떠받치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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