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딩, 번역기가 선물한 노래

by 오나

여행지에서는 평소라면 굳이 하지 않을 일들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끌 때가 있다. 사소한 행동 하나가 특별한 기억이 되기도 하고, 우연이 인생의 장면처럼 남기도 한다.


대만을 여행하던 것도 그런 흐름 때문이었다. 사실 나는 대만에 큰 관심이 있던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한동안 '샹견니'에 정신을 못 차리는 시기가 있었다. 스스로도 웃으며 말하던, 소위 ‘샹친놈(샹견니 + 미XX)’이던 시절. 그 여운이 남아 타이베이, 가오슝, 그리고 컨딩까지 여행지를 자연스레 결정하게 되었다.


컨딩은 대만 남쪽 끝에 자리한 휴양지다. 한국 여행자 정보가 거의 없어, 그저 사진 한 장에 꽂혀 리조트를 예약했을 뿐이었다. 도착까지의 여정도 만만치 않았다. 장시간 택시를 타고 도착한 리조트에는 한국인은 우리뿐이었다.


그날 저녁, 리조트 라운지에서는 맥주를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수영을 마치고 라운지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을 때, 한 사람이 무대로 올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말을 하고 있었지만, 나는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평소 같았으면 그냥 흘려들었을 텐데, 이상하게도 그 순간만큼은 그의 말을 이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음성 번역기를 켜고 그의 말 하나하나를 따라붙기 시작했다. 그는 신청곡을 받아 노래를 불러주고 있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는 조용히 종이에 ‘샹견니 OST’를 적어 제출했다. 반신반의했던 마음과 달리, 그 종이가 정말 뽑혔다. 그리고 나는 타국의 밤공기 속에서, 내가 좋아하던 드라마의 OST를 현지어로 듣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노래 실력이 엄청나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낯선 땅에서, 내가 사랑하던 이야기의 노래를, 번역기를 켠 덕분에 듣게 되었다는 사실이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날의 노래는 지금도 문득 귓가에 다시 떠오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을 작은 선물.


여행은 결국, 그렇게 마음의 문을 살짝 열어두는 순간에서 시작된다는 것을—그때 다시금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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