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재즈피아니스트 No. 9 - 코리아

지금은 저 우주에서 자유롭게 뛰놀고 있을...

by YoungKwan Lee

세상을 살다 보면 아주 가끔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아니, 저런 어려운 일을 저 사람은 어떻게 저리 쉽게 하지?’ 나는 평생을 고민하고 노력하고 훈련해서 간신히 할 수 있는 것을, 그 사람은 힐끗 보더니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금방 너무나 편안하게 해낼 때 말이지요. 오늘 소개할 역대 최고의 재즈피아니스트 9위의 연주자 칙 코리아(Chick Corea)가 제게는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이름은 코리아지만, 한국과 상관없습니다!)


나, 잘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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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ando Anthony Corea라는 이름으로 매사추세츠주 첼시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적 그의 볼(Cheek)을 꼬집기를 좋아했던 이모가 붙여 준 별명으로 인해 Chick이라는 이름을 갖게 됩니다. 아버지가 재즈트럼펫 연주자였기에, 코리아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집 안에서 흘러나오는 수많은 전설적 재즈연주자들의 음악을 들으며 자라났습니다. 그가 처음으로 선택한 악기는 드럼이었는데, 자라면서 그는 재즈뿐만 아니라 클래식 음악과 작곡을 공부하면서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의 피아노 연주에는 언제나 마치 타악기를 연주하는 듯한 독특한 리듬감이 있는데, 아마도 그의 어릴 적 드럼을 연주했던 경험에서 나왔다고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워낙 음악적 재능이 뛰어났던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뉴욕으로 옮겨 컬럼비아대학과 쥴리어드에서 몇 달 정도 공부하게 되었지만, 천재적인 음악적 능력을 가진 그에게 제도권의 커리큘럼은 큰 흥미를 주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가장 치열한 연주의 무대인 뉴욕의 클럽들이 그에게는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고 바로 연주활동에 뛰어들었습니다. 초창기 그의 연주를 보았던 저의 음대 교수님은 그때를 회상하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칙 코리아는 버드 파웰(Bud Powell)이 연주한 모든 것, 아니 그 이상을 연주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비밥시대 최고의 피아노 연주자 버드 파웰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더할 수 없는 극찬이었습니다. 실제로 코리아는 Bud Powell이라는 곡을 작곡할 정도로 파웰을 존경했고 그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CkpE3ZRy0o


그의 초기 연주활동은 유명연주자 밴드의 피아니스트로 시작했습니다. 그의 뛰어난 리듬감 때문이었는지 공교롭게도 그는 라틴음악을 연주하는 밴드에서 연주를 많이 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몽고 산타마리아(Mongo Santamaria), 허비 만(Herbie Mann), 스탄 겟츠(Stan Getz) 같은 거장들이 칙 코리아와 함께 한 밴드의 리더들입니다. 칙 코리아는 이후에 독립해서 자신의 솔로로 활동을 할 때도 라틴음악의 느낌이 강한 곡들을 많이 발표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곡이, 스페인 작곡가 로드리고의 기타 협주곡을 전주에 사용한 ‘Spain’이라는 곡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EhQTjgoTdU


그는 과거의 뛰어난 연주자들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는 결코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가 발표한 수많은 음반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남겼다고 평가되는 음반은, 1968년 발표한 ‘Now He Sings, Now He Sobs’ 일 것입니다. 피아노 트리오의 새로운 경지를 열었다고 한결같이 칭송되는 그 음반에서 그는 비밥재즈 이후 현대재즈가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조성음악과 전위음악을 넘나들면서 쏟아지는, 이전에 상상치 못했던 다양한 즉흥연주의 멜로디는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었고, 후대의 연주자들에게도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0qTt1DR1ck&list=OLAK5uy_kVRzddQFvRgfEQvoNfBxbn1xN_RUpCJf8&index=2


이후 칙 코리아는 재즈계 최고의 거장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와 연주를 하게 되는데 그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는 참 흥미롭습니다. 1968년 마일스는, 함께 연주를 하던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Herbie Hancock)이 신혼여행에서 식중독에 걸려 연주가 어렵게 되자 그를 대신해 연주를 해 줄 피아니스트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 소식을 듣고 코리아가 긴장하며 전화를 했고, 코리아에 대한 좋은 평판을 익히 알고 있는 마일스는 시간과 장소를 말하고 오라고 했습니다. 코리아가 물었지요. "리허설은 언제 하죠?" 마일스가 대답했습니다. "리허설은 없어. 무대에서 네 귀에 들리는 음악을 연주하면 돼!" 정말 리허설은 없었고 코리아는 무대 위에서 처음 듣는 곡들을 마일스와 다른 거장들의 연주에 귀 기울이며 긴장하면서도 집중해서 연주했습니다. 공연 후 '마일스와의 연주는 오늘이 마지막이겠구나'라고 생각하며 낙심하고 있는 그에게 마일스가 다가왔습니다. "오늘 연주 죽여줬어!" 그때는 마일스가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맞춰 록음악과 재즈를 결합한 퓨전재즈(Fusion Jazz)를 실험하던 시기였습니다. 코리아는 이 시기에 마일스의 밴드에서 뛰어난 일렉트릭 키보드 연주를 보여주었고 퓨전시대를 탄생시켰다고 평가받는 전설적 음반 'Bitches Brew'에 참여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cZvfYnz80P4


이후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퓨전재즈의 흐름을 이어가는데, 그중 가장 유명했던 것은, 리턴투포에버(Return to Forever)라는 밴드에서의 활동입니다. 마일스의 밴드에서 만났던 동료들 외에도 새롭게 합류한 젊은 연주자들과 함께 한 코리아의 리턴투포에버는 수많은 퓨전재즈 밴드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이 당시(1972년)에 코리아는 과학과 내면의 정신수양을 강조하는 사이언톨로지라는 종교로 개종하게 되었습니다. 리턴투포에버라는 밴드의 이름과 그가 발표했던 대표곡들의 제목 - 500 Miles High, Beyond the Seventh Galaxy, Captain Marvel 등 - 에서 그는 자신의 정신적, 우주적, 철학적, 종교적 개념을 담아냈고 음악으로 표현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PPkznRvpHwg


1980년대가 되자 코리아는 다시 새로운 연주자들을 모아 Chick Corea Elektric Band를 결성했습니다. 이전까지의 재즈, 록음악 뿐만 아니라 일렉트로닉 음악도 접목시켜 이런 음악을 재즈라고 불러도 될까라고 생각할 정도의 음악을 발표하게 됩니다. 존 패티투치(John Patitucci), 데이브 웨클(Dave Weckl)이라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평가받을 정도의 연주자들이 함께 했기에 자타가 공인하는 올스타 밴드라고 평가받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YCXkG0DYAQ


전통재즈, 라틴재즈, 현대재즈, 퓨전재즈까지 모든 스타일의 음악을 연주하면서도, 언제나 정점에 도달한 완성도를 보여주고, 너무나 화려한 연주를 펼치면서도 미소 지으며 마음으로 즐기는 그의 연주는 정말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얼마 되지 않은 2021년 세상을 떠난 그는, 지금쯤 그의 어느 곡의 제목처럼 넓은 우주 한 곳을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칙 코리아가 오스트리아의 클래식 피아노연주자 프리드리히 굴다(Friedrich Gulda)와 함께 연주하는 영상을 소개합니다. 두 거장 연주자가 함께 즉흥으로 연주하다가 굴다가 먼저 일어나 떠나가며 칙 코리아의 연주에 경의를 표하는 장면(2:37)이 너무나 인상적인 공연입니다. 모든 장르를 넘어선 자유로운 영혼의 피아니스트 칙 코리아에게 저도 마음 깊은 애정이 담긴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Obymdlwz0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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