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재즈피아니스트 No. 10 - 아흐마드 자말

비밥의 뜨거운 열기를 지나서...

by YoungKwan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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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점의 미술작품을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둘 중 더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신지요? 또는 여러분의 집의 거실에 걸어놓는다면 어떤 작품이 더 잘 어울릴까요? 그것을 생각하려면 먼저 각자의 집의 인테리어의 스타일을 따져봐야겠네요. 그림의 취향은 사람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각자 자신의 기호에 맞게 다른 선택을 하시겠지요. 어떤 분들은 여러가지 무늬들이 불규칙하게 얽혀 독특한 느낌을 주는 왼쪽의 그림에 끌릴 수 있고, 다른 분들은 심플한 구도에 또렷한 오렌지 빛이 눈을 끄는 오른쪽 그림이 더 낫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반대로 왼쪽 그림은 너무 어수선하다고 싫어하시거나, 오른쪽 그림은 초등학생도 그리겠다고 맘에 안 드시는 분들도 있겠지요.


오늘부터 소개하려는 최고의 재즈피아니스트 10인에서 10위를 차지한 피아니스트는 아흐마드 자말(Ahmad Jamal)입니다. 그가 연주활동을 시작한 1940년대 후반은 비밥(Bebop)이라고 불리는, 빠른 템포에 다양한 화음을 사용하고 엄청난 연주기교를 보여주는 스타일의 연주가 재즈의 주류로 인기를 누리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당시 비밥시대를 이끌어 갔던 찰리 파커(Charlie Parker)는 지금까지도 최고의 연주자로 평가되고 많은 후대 연주자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얼굴표정부터 한 성깔 하실 것 같은 파커의 연주를 들어보시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YGo0sJJJ46I


모두들 더 화려하게, 더 복잡하게, 더 테크닉이 뛰어난 연주를 들려주려고 할 때, 아흐마드 자말이라는 피아니스트는 전혀 다른 방향의 연주를 시도했습니다. 단순한 음악적 구절을 반복하기도 하고, 리듬의 위치를 조금씩 바꿔주며 변화를 주고, 연주 중간중간에 공간을 두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멜로디를 풀어나갔습니다. 비유한다면 동양화에 나오는 '여백의 미'라고나 할까요. 그가 연주한 곡들 중 가장 널리 사랑받은 ‘Poinciana’를 들어보면 그런 특성이 잘 드러납니다. 이번에는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 같은 표정의 자말의 연주를 들어보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iARr9JhLEo


살랑거리는 리듬 위에 툭툭 던지는 것 같은 단순한 멜로디의 그의 음악은 대중들로부터 큰 반향을 얻었습니다. 그 시대를 휩쓸던 비밥재즈의 길고 복잡한 문법에 지친 대중들에게는 이러한 시도가 굉장히 새롭게 느껴졌던 것이었지요. 반면 같은 이유로 당시의 평론가들이나 골수 재즈팬들은 자말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는 자말의 연주가 비밥재즈의 연주에 비해, 너무 단순하고 별로 들을 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일어납니다. 당대 재즈계 최고의 스타이자, 시대를 이끌어가는 스타일리스트였던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가 자말의 연주에서 큰 영감을 받아 자신의 음악에도 그 아이디어들을 사용한 것입니다. 최대한 절제된 음을 사용하고, 연주사이에 많은 공간을 활용하며 오히려 집중된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마일스의 새로운 스타일의 연주는, 누가 보아도 자말에게서 영향받은 것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마일스 데이비스의 연주를 들어보시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zqNTltOGh5c


당대 최고의 재즈연주자가 자말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을 만들어 내자, 이제 오히려 사람들에게 자말의 연주는 새 시대를 열게 해 준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게 됩니다. 이런 스타일들이 나타난 이 시대의 재즈를 ‘쿨 재즈(Cool Jazz)’라고 합니다. 이전의 비밥이 화끈한(Hot) 음악이었기에 그에 대한 상대적인 의미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저도 자말의 연주를 처음 들었을 때는 아주 간단하고 반복적이라 이 분이 왜 그리 위대한 피아니스트로 평가받는지 이해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오랜 시간 그의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그의 연주는 단순한 간단함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의 표현을 찾아가는 깊은 고뇌와 그로 인한 결과물로 나왔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는 단지 자신이 연주하는 악기인 피아노뿐 아니라, 함께 연주하는 베이스, 드럼과의 조화를 통해 나오는 독특한 사운드에도 많은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어떤 관점에서는 그는 현대 클래식 음악의 ‘미니멀리즘(Minimalism)’의 요소를 그의 재즈에 반영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nW9wNN_IVg


예술은 아트(Art)이기에 기술적인 것이 중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말의 연주를 들으면서, 가장 중요한 예술의 본질은 ‘창의력’ 즉, 예술가의 생각과 개념에서 출발하는 것임을 배우게 됩니다. 많이들 이야기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유명한 문구도, 제게는 자말의 음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방식을 따라가고 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내 방식을 만들어 내고 있는 사람인지 저 스스로 생각해 보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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