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속초에 배를 정박해두었다. 주말마다 바다낚시를 취미로 즐기는 지인 덕분에 속초 나들이를 떠났다. 속초까지는 장거리 여행이였으나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이라 길을 나섰다.
배를 태워주겠다는 지인의 말에 신나서 배에 올랐다. 이때까지만해도, 나는 요트 체험 삼아 바다를 한 바퀴 휘 돌고 육지로 복귀할 줄 알았다.
그런데 먼 바다를 향해 내달리더니 갑자기 낚시줄을 내린다. 동행한 지인들이 모두 자연스럽게 바다낚시 보트 체험을 즐기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배멀리가 심하게 왔다. 남들은 구토가 몰려온다는데 나는 왠일인지 손발이 저린 느낌이 올라오면서 나중에는 손발이 마비되어 가는 듯 했다.
9살, 아들은 복어를 잡고 신났다. 오빠가 물고기 낚는 것을 본 4살 딸은 자기도 잡고 싶다며 난리다. 나는 멀미로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엄마는 위대하다고, 먼 바다에 나왔으니 아이들이 물고기 한 마리씩은 낚는 재미를 맛볼 때까지만 참아보기로 했다. 정신줄을 붙잡고 늦은 감이 있지만 도움이 될까 싶어 멀미약을 털어 넣었다.
다행히 물고기가 잘 잡혔다. 어복이 있었나보다. 짧은 시간이였지만 아들은 세 마리를 낚았고, 딸은 기어코 한 마리를 낚았다. 속초 바다낚시 요트 체험은 성공적이였다.
다행히 아이들이 낚시의 손맛을 보았으니 배멀미가 심한 나는 어서 육지로 돌아가자고 지인을 재촉했다. 둘째 딸 아이가 "한 마리 더."를 얘기했지만 모른척 하기로 했다.
날씨가 무척이나 좋았고 하늘도 예뻤고, 멀리 보이는 설악산의 울산바위가 멋졌다. 하지만 배멀미는 이 모든 풍광을 악몽으로 만들었다.
속초 코마린에 배를 놓고 바다낚시를 다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어느 동호회 모임이 있다는 속초 바다낚시 팀들은 서로 안부를 주고 받으며 쉴 새 없이 이야기를 나눴다.
누구는 어떤 일을 하고, 누구는 어떤이와 잘 다니고, 누구는 어떤 특징이 있는지 지인은 나에게 요깃거리 이야기를 건네주었다. 내가 보기에는 차 한 대 값은 족히 넘는 낚싯배를 사 두고 주말마다 낚시를 다니는 지인이 꽤 별나 보였다. 그런데 속초 코마린에는 꽤나 별난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그들은 또 그들끼리의 별난 세계를 이룬 사람들이다. 서로 어떤 고기를 어디에서 낚았으니, 얼마나 바다에 나가있었으니, 배를 어떻게 수리하느니, 기름을 넣느니, 몇 시에 나갈거냐느니 따위의 정보를 주고 받았다.
그들은 대체로 바다낚시를 다니는 낚시꾼 특유의 복장과 말투를 가지고 있어서 내가 보기에는 다들 비슷하게 보였다.
그래서인지 그이들이 사는 세상은 대체 어떤 세상일까, 나는 가늠할 수 없었다.
취미로 배낚시를 다니는 사람들은 대체 어떤 일을 해서 얼마나 돈을 버는 것일까? 어떤 생활을 살아야지만 저렇게 값비싼 취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일까?
반짝이는 밤거리의 모던 레스토랑, 퓨전 음식점이 많은 연남동을 거닐 때다. 한 그릇에 이만 원이 넘는 파스타며 샐러드를 먹는 사람들. 맥주 한 잔에 육천 원이 넘는 술을 먹는 사람들을 보며, 나는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대체 월급을 얼마 정도 받아야 한 달에 한 번은 저렇게 비싼 식당에 앉아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일까?
식당 안에 사람들을 보며 나는 저들과 내가 사는 세상이 다르다고 여겼다. 지인의 초대로 바다 낚시꾼들의 취미 생활을 엿보면서 오늘도 비슷한 생각이 든다.
나는 이 고가의 취미인 바다낚시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돈' 때문이 아니라 '배멀미' 때문에 바다 낚시를 즐기지 않을거라고 누구도 묻지 않는 정신 승리를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