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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주 Oct 08. 2023

① 의논 과정을 존중하는 회의 문화

제가 기간제교사로 근무하고 학교에서는 매월 한번 교직원회의를 합니다. 회의실 책상 위에는 회의 내용이 담긴 문서가 놓여 있었는데, 이미 학교 메신저를 통해 전 교직원에게 전달된 것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회의가 시작되자, 각 업무담당자가 다음 달에 있을 교육 활동 계획과 그 밖의 알림 내용을 준비된 문서의 차례대로 읽어서 전달하고, 교장선생님의 '한 말씀'을 마지막으로 끝났습니다.


회의(會議)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여럿이 모여 의논함. 또는 그런 모임.

2. 어떤 사항을 여럿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여 의논하는 기관.


제가 교장으로 근무했던 학교의 교직원회의는 좀 달랐습니다. 그 학교의 교직원회의는 말 그대로 회의가 이루어지는 모임이었지요. 교직원회의는 학교의 중요한 일들이 결정되는 엄중한 자리로, 최종 결정권을 가진 교장으로서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시간이었지요.


교직원회의의 첫 번째 원칙은, 사전에 공지된 안건만을 다룬다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안건 발의는 교직원회의 전에 해야 하고, 늦어도 회의 전날까지 전 교직원에게 공지되었지요. 회의 안건이 사전에 공지되면, 학년별 또는 업무부서별로 협의한 후 본회의에 참석할 수 있게 되지요. 또 개인적으로도 안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한 뒤에 참석할 수 있었어요. 안건에 따라서는, 사전 준비 과정부터 의견이 다른 사람들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기도 하여, 회의 분위기가 살벌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교직원회의에 법전이나 교육청의 지침, 교육 이론서를 들고 오는 일도 많았지요. 


저는 불가피한 경우를 빼고는 회의에 참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왜냐하면, 교직원들이 의견을 나누고, 수렴하여 결정하는 논의 과정을 지켜보며, 제 의견을 내기도 하여 최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저는 회의에 참석하지 못했을 경우에도 업무담당자의 설명을 듣고 나면, 어렵지 않게 동의했습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결정된 것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그러나, 가끔은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의견이나, 자칫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것으로 예상되는 것들이 논의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는 저와 교감, 행정실장, 관계 직원 등이 나서서, 법과 규정 또는 교육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의 범위에서 결정될 수 있도록 조언을 하기도 하며, 의사 결정을 도왔습니다.


저는 그런 의사 결정 구조가 매우 합리적이고 건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② 의사 결정 구조의 핵심 직원회의로 이어집니다 - [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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