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교육청에서는 교육전문직원 임용후보자 선발 공개전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교육전문직원이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교육지원청, 그 외의 교육부 및 교육청 산하기관에 근무하는 장학사, 장학관, 교육연구사, 교육연구관 등을 통틀어 부르는 명칭이지요.저와 함께 근무했던 선생님이 이번에 교육전문직원 선발 시험에 응시하여 1차 전형에서 합격하고, 2차 전형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시험 준비 과정도 만만치 않은데, 공개전형이 진행 중이니 스트레스가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선생님에게 커피와 케이크 교환권을 선물했지요. 비록 작은 것이지만 그간의 노고를 조금이나마 위로받고, 합격하기를 응원하는 제 마음도 함께 보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교사로 입직하여교육전문직원인 교육장으로 퇴직했습니다.그리고, 재직 중에는 교육전문직원 임용후보자 선발 공개전형의 출제와 심사 평가에참여하기도 했습니다. 또 주변에서 이 시험을 준비하는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보기도 했고, 시험에 합격한 장학사, 교육연구사, 장학관, 교육연구관들과 함께 근무했지요.
올해 초에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인기 드라마 중 [더 글로리]가 있었지요. [더 글로리]는 시청률도 높고, 학교폭력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로 한동안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다룬 여러 에피소드 중에 장학사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한 아버지를 죽이는 아들의 극단적인 모습이 있었습니다. 한때 장학사였던 저는그 장면을 보는 순간 매우 황당했습니다. 학교 사회에서 장학사가 되는 일이 어려운 현실과 특정 인물을 왜곡하기 위해서 과장한 드라마일 뿐이라고 넘기기에는 제 마음이 불편했지요.
어쨌든, 교사 중에는 교육전문직원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교육전문직원이 되고 싶어 하는 이유는 각각 다르겠지만, 대략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지요.
첫째, 승진과 연결 짓는 것입니다.
둘째, 교육자로서의 소명과 자아실현입니다.
셋째, 장학과 컨설팅을 통한 학교교육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제가 교육전문직 시험에 합격했을 때, 많은 선생님들은 이렇게 말하며 축하해 주었습니다. 즉, 교육전문직원에 대한 교육계 내부의 시선이지요.
“고생하셨습니다. 교감, 교장 자격시험에 합격했네요.”
“축하합니다. 교직사회의 0.1%가 되셨군요.”
“이제 교육청도 바뀌어야 합니다. 노력해 주실 것을 기대합니다.”
"축하드립니다. 공부한 자료를 저한테 다 넘겨주고 노하우를 공유하시면 안 될까요?"
또 학교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말로 축하해 주었습니다. 교육전문직원에 대한 교육계 밖의 시선으로 말이지요.
“헐~ 그 무서운 장학사가 되었다고요?”
“출세하셨네요. 그다음엔 뭐가 되는 거예요?”
“요즘도 장학사가 뜨면 학교에서 청소하나요?”
교육전문직원으로서 하는 일과 만나는 사람들, 교육 정책의 수립과 실천, 교육과 학교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통한 성장 등은 교사로서 학교에 근무했을 때와는 그 깊이와 무게가 다르지요. 교육전문직원이 되어 교육청이나 교육연수원 등에서 근무하다 보면, 교육은 학교와 교실에서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에서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되지요. 그러다 보면 보다 확장된 사고와 안목으로 교육과 학교에 대하여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집니다. 결과적으로 교육적, 행정적, 인간적인 내공이 쌓이는 것이지요.
교육전문직원이 되면 교육부, 시도교육청, 교육지원청, 교육연수원, 연구원, 교육원, 체험관 등 학생교육 관련 기관에 근무하게 됩니다. 그리고 교육정책의 계획, 수립, 조정, 민원 업무 처리, 교육행정 업무와 교육실천에 대한 협력과 조언, 교육문제에 대한 조사연구, 교육자료의 수집·제작·보급, 교원의 현직교육, 교육연구물의 편집·발간 등의 업무를 합니다.
그리고 교육전문직원의 직급은 교육연구사·장학사, 교육연구관·장학관으로 구분하고 직위는 근무 기관에 따라 다릅니다. 교육전문직원의 교원자격에 따라 살펴보면, 교육연구사와 장학사는 교사 자격을 가진 교원들이 대부분이고, 교육연구관과 장학관은 교감·교장 자격을 가진 교원들입니다. 교원들의 승진 체계를 학교와 교육청 조직으로 나누어서 보면, 학교에서는 교사-교감-교장, 교육전문직에서는 교육연구사·장학사-교육연구관·장학관-원장·교육장의 단순한 조직 체계입니다.
특히 교육행정직과 함께 근무하는 기관 특성 때문에 교육전문직원 중 교육연구관, 장학관을 근무기관과 보임직책에 따라 교육행정직 1급~5급 상당으로 예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교원들은 교육행정직처럼 교육전문직원의 직급을 구분하는 것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교육장, 원장, 부교육감, 교육청의 과장과 국장, 교육연수원의 부장이 모두 교육연구관과 장학관 직급이고, 임기를 마친 다음 일선학교의 교장으로 전직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지요.
제 경험으로 볼 때, 교사가 교육전문직원이 된다는 것은 교직사회 내에서는 대단한 일입니다. 따라서 교육전문직원이 되려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는 학생 교육과 학교 업무 등에 성실해야 합니다. 모든 교육청들이 교육전문직원 지원자를 심사 평가하는 데 있어서 지원자의 근무 태도와 실무 능력, 즉 수업 전문성과 현장 연구, 생활지도 역량, 인간관계 등을 중요한 평가 영역으로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 전반에 관한 이론과 실제의 이해와 습득을 기본으로 하는 쉽지 않은 준비과정은 설사 교육전문직원으로 선발되지 못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교직생활에서 갖추어야 할 역량에 엄청난 자산으로 축적되는 일이지요.
제가 교육전문직원으로서 일했던 경험을 되돌아보면, 교사가 교육전문직원이 된다는 것은 분명히 축하받을 만한 일이고, 해볼 만한 일이며, 기대할 만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