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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주 Oct 08. 2023

③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교직원회의

민주적인 회의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제가 언제나 교직원회의에서 결정한 내용을 동의하고 지지하며 지원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회의 과정에서는 물론 가끔은 결재 과정에서 수정 보완을 요구하거나 반려하는 경우도 있었지요.


제가 근무했던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달적이’라는 이름으로 매달 가정에 통지하고 있었습니다. 달적이란 개별 학생들의 학습 상황과 특이 사항, 학교 적응이나 교우 관계 등 학교 생활 모습을 작성하여 매달 가정에 보내는 것이었지요. 당시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생 생활의 세부 내용을 연간 두 번 통지하는 것에 비하면, 대단히 혁신적인 학교 운영이었지요.



그런데, 제가 교장으로 부임하자, 선생님들은 이 일이 교사의 업무 가중치 1순위라고 불평을 쏟아냈습니다. 선생님들이 교재연구나 학생상담 등에 쏟을 시간과 에너지를 ‘달적이’에 다 쓰고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그런 이유로, 한 학기에 한 번만 보내겠다고 교사회의에서 먼저 결정한 것입니다. 저도 들어보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지요.


그러나 저는, '달적이' 운영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지난해 학교 교육과정 평가 결과를 살펴보았지요. 뜻밖에도 ‘달적이’에 대한 평가 결과는 매우 좋았습니다. 특히 학부모들의 평가는, ‘달적이’에 대한 운영 방법을 교사회의에서 단독으로 결정하여 변경할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다시 의논하도록 했지요. 그리고,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쳐 연간 8회 통지하던 것을 4회 통지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하였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교사나 업무 편의주의로 의사가 결정될 때도 있어서, 재검토 과정을 거치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선의 결정을 위하여 머리를 모으고 고민하며, 또 서로 견제하는 과정에서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회의 문화를 만들어 갔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민주적인 회의 문화란, 의사 결정 과정도 민주적이어야 하지만, 결정된 의사를 반영하는 데 있어서도, 모든 구성원들이 포용적으로 결과를 수용하고, 결정된 것을 협력적으로 실천해야 완성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민주주의를 배우고 경험하지 못하면 어디서 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민주주의를 제대로 배워야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고, 민주사회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학교에 있는 어른들이 먼저 민주주의를 실천하여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고, 그 안에서 아이들을 교육해야 더 효과적 민주시민 교육이 될 것입니다. [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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