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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주 Aug 04. 2023

2023년 여름, 선생님들은 간절한
소망을 외칩니다

- 제대로 교육할 권리 -

오늘 전국적으로 폭염경보가 내려졌지요. 저는 아침부터 더운 날씨가 무척 걱정되었습니다. 제가 잘 아는 선생님들을 포함하여 전국에서 모인 선생님들이 서울정부청사 근처에서 집회를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지요. 오늘은 서이초등학교 선생님 사망 사건 이후, 지난 22일에 이어 두 번째 집회를 갖는 날이었습니다.


                           [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 ⓒ 권우성 ]

     

오늘 모인 선생님들이 3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집회 주최 측이 준비한 3만 2천 개의 피켓이 모두 동났다고 해요. 그리고 집회에 참가한 선생님들은 특정 교원 노조나 단체가 아니고, 전국 각지에서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라니 그 간절함이 느껴집니다. 


제가 아는 선생님들은 집회에 참가한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 주며, 실시간으로 현장 분위기를 알려 주었지요. 저는 집안에서 에어컨을 켜고 앉아 있기가 참 불편했습니다.


집회에 참가한 선생님들은 현장에서 자신이 해야 하는 일, 즉 우리 아이들과 교육을 위하여 너무나 당연한 요구를 외쳤습니다. 이 더운 날, 선생님들이 모여서 외치는 소리를 들어 보셨나요? 


'우리는 가르치고 싶다. 학생은 배우고 싶다."


봉급과 수당을 올려 달라거나 근무 시간을 단축해 달라는 등 처우 개선을 통해서 영득을 취하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생님들의 생존과 제대로 교육을 할 수 있는 환경과 권리를 요구하는 것입니다. 


교육 현장에서 교육력을 약화시키고 선생님들이 교단을 지키기 어렵게 만드는 환경과 제도를 개선해 달라는 것이지요. 즉 선생님들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모욕과 폭력, 과도한 요구를 멈추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선생님들에게 불리한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과 교권보호에 관한 법률 등의 개선을 통하여 생존과 교육권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달라는 것입니다.


                              [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 ⓒ 권우성 ]

 

오늘 집회에는 서이초등학교에서 사망한 선생님의 모교인 서울교육대학교 교수들도 함께했습니다. 102명의 교수진은 성명서에서 교사의 인권 추락은 대한민국 미래의 추락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서이초등학교 사건의 진상 규명과 교사의 인권 회복을 위해서 모든 교육 관계자들이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습니다. 



                         [ 사진 출처: [오마이뉴스] ⓒ 권우성 ]


저는 서이초등학교 사건 이전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서 공교육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학교 현장의 몇 가지 문제가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함을 여러 차례 밝힌 바가 있습니다. 제가 교사였던 시절보다 오히려 퇴보한 교육 환경과 교사의 교육권이 우리 아이들의 교육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제가 퇴임 후에 기간제교사로서 다시 교실에 들어가 아이들과 함께 수업을 하고, 학부모들을 대하면서 적잖이 당황스러웠고 놀랐습니다. 제가 교실 밖에 있을 때는 알 수 없는 일들이었지요. 저는 재직 기간 중에 교실을 벗어나 장학사, 교육연구사, 교감, 교장, 장학관, 교육연구관을 거쳐 한 지역교육청의 교육장을 역임했습니다. 제 나름으로 교실 밖에서 학교교육과 선생님들의 교육 활동을 지원하는 데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거리에 모인 선생님들의 애끓는 외침을 들어보니, 그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여 처방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는 선생님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물론 서이초등학교 사건 이전부터 선생님들에게 부당하고 억울한 일이 많았지요. 다만 그 상대가 어린아이들이고 그 아이들을 보호하는 학부모들이었기 때문에 교사로서의 사명감과 인내심으로 버텨온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서이초등학교 선생님 말고도 묻히고 잊혀버린 항변과 불명예 퇴직, 죽음이 많이 있었음을 잘 아는 선생님들이 모인 것이지요.


저는 이참에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들과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한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교사 인권 회복'과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 ‘교사 교육권 보장’ 등이 조속히 마련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지하며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학교 밖에 있는 사람들의 관심과 연대는 선생님들에게 더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선생님들은 다음 주에 세 번째 집회를 갖겠다고 예고했습니다.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의 49재가 있는 9월 4일까지 매주 집회를 열고 선생님들이 목소리를 내기로 했지요. 제가 가장 바라는 것은 방학을 맞은 선생님들이 더는 땡볕 아래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서 모이지 않아도 그들의 간절한 소망이 받아들여지는 것입니다.


[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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