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을 중심으로 한 교실 공간 재배치 -
제가 처음 발령을 받았던 1980년대 초반에는 제 교실의 학생 수가 54명이었지요. 그리고 1990년대 초반까지도 한 교실을 2개 학급이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각각 사용하는 학교도 있었습니다. 흔히 오전반, 오후반이라고 했지요. 그리고, 우리나라 학교들은 근래에 들어서 급격하게 발전된 시설 환경을 갖추게 되었지요.
그런데, 학생 수가 현재의 2배가 넘었던 그 때나 지금이나 교실의 풍경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상하지요. 과거 2인용 학생 책상을 1인용 책상으로 바꾼 것과 교탁 대신 교사용 컴퓨터가 교실 앞에 있고, 앞쪽 구석에 대형 TV 모니터가 있는 것, 아이들 사물함이 교실의 옆이나 뒷면에 있는 것 정도는 달라졌지요. 문제는 학생 책상의 배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기간제 교사로 채용되어 지난 9월에 다시 교실에 들어갔을 때, 적잖이 놀랍고 실망스러웠던 것이 책상 배열이었습니다. 방학 중에는 2~3명, 평상시에는 1명씩 수업했던 교실임에도 학생용 책상이 교사용 책상을 마주 보고 일렬로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그중 한 책상에 앉아서 일반 교실에서와 같은 형태로 수업했던 것 같았습니다.
더구나 그 교실에서는 2학년~5학년 아이들이 수업하는데, 저학년용 책걸상만 있었지요. 그런데 제 교실에 오는 다섯 아이 중 두 명은 체격이 커서 매우 불편한 자세로 앉아야 했습니다. 제 눈에는 거의 벌 받는 것처럼 보였지요. 저는 두 아이들의 체격에 맞는 책걸상을 구하려고 전교에 메시지를 보내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학교를 여기저기 다 뒤져도 마땅히 없었습니다.
저는 하는 수 없이 제가 쓰는 책상을 정리하여 체격이 큰 두 아이에게 쓰도록 했습니다. 제 책상 위를 차지하고 있던 교재가 들어 있는 바구니와 책들을 치우고, 컴퓨터 모니터를 책상 한쪽 끝으로 밀어내니까 제법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지요. 두 아이는 제 책상에서 저와 마주 앉아 공부합니다. 1대 1 수업이니 만큼 일반 교실과는 좀 다르게 하는 것이 수업에 효과적일 수 있다고 판단했지요.
작은 아이들을 위해서는 1인용 책상 네 개를 붙여서 넓은 탁자처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바느질에 쓰려고 모아 둔 천을 집에서 가져와 씌웠습니다. 많은 교재와 교구를 사용하는 제 교실의 수업 특성 때문에 넓은 책상이 훨씬 효율적으로 사용되었지요.
큰 아이들은 처음에는 제 책상에 앉는 것을 주저하더니 이제는 편안하게 앉아서 공부하는 모습이 의젓합니다. 그 모습을 보는 제 마음도 편하고요. 작은 아이들도 책이나 교구가 바닥으로 떨어질 염려 없이 책상을 마음껏 넓게 쓸 수 있는 데다 예쁜 탁자보까지 씌워져 있어서 좋아했습니다.
어느 날은 바닥에 있는 매트 위에 눕거나 엎드려서 저와 아이가 함께 책을 읽기도 했습니다. 또 책상 위에 걸터앉아서 구구단을 함께 외우기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제가 어느 학급에서 보결수업을 하게 되었을 때의 일입니다. 수업 활동 중에 책상을 모둠학습 형태로 만들어야 할 필요가 생겼지요. 하지만 수업 중에 책상을 옮기는 일은 시간도 걸리거니와 옆반이나 아래층 교실에 소음이 전해질 수 있어서 잠시 고민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모두 책상 위로 올라가서 모둠 대형으로 돌아앉게 했습니다. 그리고 수평으로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이들은 평소 의자에 앉았을 때보다 30cm 정도 높게 앉은 것이었지요. 아이들은 제 말에 집중했고, 모둠별 활동도 밀도 있게 진행되어 만족한 수업이었습니다.
사실 책상 위에 앉는 것은 일탈 행동 같기도 하고 별것도 아닐 수도 있지요. 하지만, 생각지도 않은 작은 변화가 그 시간에 아이들에게 영감을 주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했습니다. 물론 저도 책상에 올라앉으면 안 된다고 배웠습니다. 혹시 앉았다가 들키면 크게 혼나기도 했지요. 공부하는 일과 책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우리 문화와 관습 때문이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가끔씩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교실 뒤편, 즉 아이들의 공간에서 수업을 합니다. 평소에 아이들이 차지한 아이들의 공간으로 선생님이 찾아가서 함께 수업을 하는 것이지요. 또 선생님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앞자리에 아이들을 불러서 함께 활동하기도 했지요. 아이들은 같은 교실 안의 공간임에도 아마 평소와는 다르게 특별한 느낌으로 공부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아직도 이상하게 여기는 일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모이라고 하면 어떤 대형으로, 또 몇 줄로 모여야 하는지 물어봅니다. 제 생각에는 일제 식민지 시절부터 전승된 교육이 만든 오래된 습관인 것 같아요. 우리는 그동안 학교에서 많은 사람이 모이면 줄을 서거나 원형 또는 다른 모양으로 뭔가 대형을 만들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요.
제가 옛날부터 가지고 있는 의문 중 하나가, 운동장에서 학생들을 모이게 할 때, 꼭 학급별로 줄을 맞추어 서야 하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마치 군대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음을 확인하면서 각자 편한 자리를 찾아 서 있거나 앉아서 자유롭게 참여하면 안 되는 것일까 하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제가 교장이 되면 그런 조회를 꼭 시도해 보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교장으로 있던 학교는 2010년에 개교하여 비싼 땅값 때문에 최소 기준을 적용한 운동장을 갖고 있었습니다. 불행하게도 전체 학생 수에 비해 운동장이 너무 좁아서 아이들은 교실에 앉아서 듣는 방송조회만 가능한 학교였지요.
이제는 학급당 학생 수가 줄어서 상대적으로 넓어진 교실을 쓰고 있지요. 아이들을 위해서 다양한 활용 방법을 고민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어진 공간과 사물을 지혜롭게 쓰는 방법을 선생님과 아이들과 함께 찾아내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아이들의 창의성을 깨워주는 일도 될 것 같습니다.
최근 교육부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그린스마트 스쿨, 학교 공간 혁신,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들도 교실 안의 세부적인 공간 운영까지는 해결해 줄 수 없지요. 교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고 활용하는 것은, 직접적 사용자인 선생님과 아이들의 몫입니다. 저는 이 문제를 학교구성원이 함께 고민해서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