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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주 Aug 04. 2023

수업 공개의 날, 학부모 참관 수업

- 17년 만의 수업 공개 -

제가 참 오랜만에 수업공개의 날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그것도 제 수업을 학부모에게 공개한 것인데, 17년 만의 일이었지요. 사실은 제가 교과전담 교사여서 학부모들이 제 수업에 들어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요. 제가 교사였을 때는 교과전담 선생님의 수업을 참관하는 학부모가 거의 없었거든요.



그런데, 웬걸요! 교실 뒤쪽에 학부모 7~8명이 쉬는 시간부터 들어와 있더니, 수업 중에 더 들어오는 것 같았어요. 처음엔 예상 밖의 일이 벌어져 좀 당황했지요. 하지만 운이 좋게도 제 수업에 활발하게 참여하는 4반 아이들과 수업을 하게 되었지요. 역시 아이들은 평소처럼 수업을 잘했고요.


학교에서 하는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하는 수업일 거예요. 그것은 수업을 통해서 아이들이 성장하고, 또 선생님들은 그 수업을 위해 노력함으로써 전문성을 가진 교사로서 성장하기 때문이지요. 특히 공개하는 수업에 대해서는, 수업이 곧 교사 자신의 존재 이유이고 자존심이라고 생각하는 만큼 사전 준비부터 신경 쓰고 공을 많이 들이지요.



제가 교장으로 근무할 때, 수업공개를 여러 규정에 맞추어 연례행사처럼 하지 않고 일상적으로 공개할 것을 선생님들에게 제안했습니다. 교사가 가져야 할 첫 번째 전문성이 바로 수업 전문성이기 때문이었지요. 그리고 그 제안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결국 제 교장 임기 동안 실현하지 못하고 말았지만요.


어쨌든 제가 솔선수범하여 <교장수업>이라는 이름으로 주당 3시간씩 교실에 들어가서 수업하는 것으로 시작했지요. 당시 학교는 54학급 규모여서 저는 연간 총 100시간을 넘게 수업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들에게 제 수업을 언제든지 자유롭게 참관하도록 안내했지요. 그러나, 선생님들은 제 수업을 참관하지 않았어요. 경력이 낮은 선생님들만 의무적으로 참관했지요.


제 생각에는 제한 없는 저의 수업공개와 선생님들의 자유로운 수업 참관이 결과적으로 선생님들의 '일상적인 수업공개'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것 같았어요. 선생님들은 아무 때나 누군가 교실에 들어와 수업을 참관하는 것을 원치 않지요. 수업을 방해받지 않겠다는 이유도 있으나, 누가 보는 곳에서 수업하기가 부담된다는 이유가 더 크지요.


그러나 최근 우리 사회도 소비자 또는 수요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며, 공개를 요구하는 분야가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 식당의 주방 공개,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CCTV설치, 대학교수의 강의에 대한 평가, 공공기관·공기업의 성과평가 등이 대표적이지요. 


자기의 직무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공공의 이익과 수요자의 알 권리를 위해 누구에게든, 어느 때든, 자신 있게 공개할 수 있어야 진정한 전문가 아닐까요? 


[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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