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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주 Aug 04. 2023

MZ세대의 커피 주문 방식

- 격세지감(隔世之感) -

* 격세지감(隔世之感); 다른 세대를 만난 것처럼 몹시 달라진 느낌


지난달에 교사연구실을 함께 쓰는 두 MZ세대 선생님들에게 첫 월급을 받은 기념으로 제가 학교 근처 초밥집에서 저녁을 사 준 일이 있었어요. 사실 저는 지난달에 월급을 못 받았습니다. 제가 3월 13일부터 근무했기 때문에 3월 급여 작업이 끝나서 추가적인 업무를 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4에 소급해서 주면 업무담당자가 수월하다고 말해서 그러라고 말했지요. 


그날, 초밥집에서 두 MZ 선생님에게 근처에 유명한 칼국수 가게가 있다고 소개해 주었지요. 그리고 비가 오는 날 칼국수를 먹으러 가자고 약속했어요. 오늘은 어젯밤부터 내린 비가 하루종일 내렸어요. 드디어 제 약속을 실행할 조건이 된 것이지요. 제가 젊은 선생님들로부터 여러 가지 도움을 받는 것이 늘 고마웠지요.



칼국수와 만두를 주문하여 저녁식사를 하고 지하철역까지 걸어오는데, MZ 선생님들이 저에게 커피를 사겠다는 거예요. 지하철역 근처의 별다방에 들어갔지요. MZ 선생님들은 별다방 안쪽에 자리를 잡더니 휴대폰을 꺼내 주문하기 시작했어요. 주문대가 코앞인데, 테이블에 앉아서 휴대폰으로 주문하다니요! 이 광경은 저에게 신문명 세계에서 마주한 문화적 충격이었지요.



함께 자리한 사람들끼리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메뉴를 고르고, 샷 추가나 토핑 등 상세 주문을 협의한 다음 클릭한다는 거예요. 우리 세대는 커피가게에서 파는 메뉴를 그대로 주문하는 게 당연한 일이지요. 그런데 뭐는 더 넣고, 뭐는 빼고 하면서 커피와 케이크를 주문했어요. 그리고, 휴대폰 알림 문자를 받은 다음 주문한 것을 받아 왔지요.


먼 곳도 아니고 장소가 다른 것도 아닌데 매장 안에서 휴대폰으로 주문하는 상황이 의아해서 제가 물었지요. MZ 선생님의 말이, 일행의 요구 사항을 직원에게 일일이 전달하며 설명하고 주문하는 것보다 휴대폰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다는 거예요. 주문 내용이 정확하기도 하고요.


저는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젊은이들이 아는 것을 알지 못하고, 젊은이들이 하는 일을 따라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진다는 걸 실감하지요. 즉, 늙어감을 절실하게 느낀다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굳이 따라 하고 따라잡기는 싫어요. 그것이 순리이고, 그래야 세월은 자연스럽게 흘러가니까요. 그리고, 저는 아직 사람들과 마주하고 앉아서 이야기하는 게 즐겁고, 음료 등을 주문할 때도 대면 방식이 익숙하고 더 좋거든요.


[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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