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이곳에 왔던 2년 전에 코로나 19의 방역이 엄중하여 마스크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결국 마스크를 벗지 못한 채 오늘 퇴임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오늘 아침, 제 취임사를 찾아서 읽어 보았습니다. 2년 전에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저 자신에게 한 약속이었지요. 그때, 저는 소통과 협업, 우리 조직의 역량 강화, 학교 지원 시스템 강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준비, 그리고 우리가 함께 바라보고, 느끼고, 집중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곳 00 임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우리들이 모두 ‘나는 00 교육을 위해 무엇을 하는가’를 염두에 두고 일하면서, 서로 모자라면 채워주고, 남는 것은 나누어서, 개인과 조직의 자존감과 행복이 충만한 직장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말했지요.
지난 세월을 되돌아볼 때, 아쉬움이나 후회가 없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요? 저 또한 00 교육지원청에서의 2년을 포함한 41년의 교직생활에서 아쉽고 후회스러운 것이 많습니다. 물론 가슴 뿌듯한 일도 있었고, 마음이 따듯해지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저는 41년 동안 아이들을 교육하고 그 교육을 행정적으로 지원하는 일을 했습니다.
학교에서는 교사, 교감, 교장으로서, 연수원에서는 교육연구사와 교육연구관으로서, 그리고 교육청에서는 장학사와 장학관으로서 직접, 간접적으로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을 했습니다. 또한 교원으로서는 드물게 여러 기관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직급과 직위에서 일할 수 있었지요.
저는 처음 교사가 되어서부터 오늘 퇴직하기까지 교육자로서, 그리고 교육공무원으로서 제가 하는 일에서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세 가지의 노력을 했습니다.
첫 번째는, 제가 맡은 일과 만나는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서 마주하려고 했습니다. 그 시작은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 좋은 선생님이 되어 만나는 일이었습니다. 특히, 아이들 편이 되어 주고 싶었지요.
교사로서의 제 모습을 떠올리면 기억나는 일이 있습니다. 신규 교사 때였지요. 그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집에 가서 농사짓는 부모님을 도와야 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안쓰러워서 숙제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숙제가 없다니요! 철딱서니 없는 선생님과 아이들은 죽이 맞아서 몇 달 동안 신났지요. 결국 교감 선생님이 알게 되어 제가 혼쭐났지만요. 그 아이들이 벌써 쉰 살이 넘었겠네요.
두 번째로는, 저를 낮추어 겸손한 자세로 함께 하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게 늘 스스로를 경계했습니다.
저는 교육장으로서 여러분과 함께 일하는 동안 한 분 한 분을 소중하게 여기고, 담당업무의 전문가로서 존중했습니다. 그리고, 업무추진 과정에서는 든든한 지원자가 되고자 했습니다. 이런 제 노력과 마음이 여러분들께 잘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여러분, 제가 있어서 일할 때 든든했습니까?
혹시, 저 때문에 출근하기 싫었던 날은 없었나요?
저는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한 교사였을 때나 교장, 혹은 교육장인 지금도 제가 가진 권한이 매우 보잘것없고 나약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제가 귀하고 소중한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하려면 늘 겸손한 자세로 제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한다는 생각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지요.
하지만 저를 만났던 아이들이 어느 때는, 제가 교실 안 제왕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또 학부모님들은 제가 자녀의 1년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자로 보였을지도 모르지요.
학교에서 만난 선생님들은 학년 배정을 비롯한 사무 분장과 자신들의 근무 평가를 직접 담당하는 교감과 교장이었던 제가 얼마나 큰 권한을 가졌다고 느꼈을까요?
또한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장으로서 제가 학교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나 예산과 평가 등에서 대단한 결정권을 가졌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2년 동안에는 여러분들이 하는 일을 제가 최종적으로 결재했으니, 여러분들이 저를 어떤 사람으로 생각했을지 짐작이 됩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꽤 힘이 센 사람이었네요! 사실, 제가 했던 일들은 결코 권력이 생겨나는 일은 아니었지요. 다만 아이들을 책임지고 보살피며 가르치는 교사로서의 일이었고, 선생님들이 교실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고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교 관리자로서의 일이었으며, 학생들의 미래를 밝혀주는 교육에 전념하도록 학교를 지원하는 교육장으로서의 일이었을 뿐입니다.
세 번째는, 제가 그 보잘것없는 권한과 나약한 권력을 대단한 것인 양 여기고, 또 그것을 저 개인을 위해 사용한다면 얼마나 치졸한 짓인 지를, 저에게 끊임없이 각성시켰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주어진 아주 작은 권한일지라도 그것을 공정하고 이타적으로 발휘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대한민국 교육공무원입니다.
여러분이 교육공무원으로서 이타적으로 일할 때, 즉 아이들과 학교와 교육을 위해서 일할 때, 여러분이 가진 모든 잠재력이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항상 아이들과 학교를 중심에 두고, 업무를 계획하고, 결정하고, 실행해야 합니다. 여러분과 제가 2년 동안 함께 한 것처럼 앞으로도 학교가 아이들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교육이 00을 살리고, 교육이 00과 국가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과 함께 한 2년이 든든했습니다. 그리고 참 행복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2022년 8월 31일
[전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