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휴대폰에 부고 문자가 들어왔습니다. 어제 도서관에 있다가 근처 학교에 있는 친구의 교장실에 커피를 마시러 가는 길이었지요. 얼핏 보니까 오래전에 제가 교감으로 근무할 때, 함께 근무했던 교장 선생님이 보낸 문자였어요.
저는 커피를 마시면서 제 친구도 알고 있는 그 교장 선생님의 이야기를 했지요. 10년 전에 정년 퇴직하고 어느덧 70대에 이른 교장 선생님이 아내를 먼저 보내야 하는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었어요. 잠시 후, 제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왜 돌아가셨어요?"
"무슨 소리야? 사모님이 돌아가신 거야."
"아니에요. 교장 선생님 부고예요."
제가 서둘러 전화를 끊고 문자를 자세히 살펴보았지요. 교장 선생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가 맞았습니다. 그 교장 선생님의 휴대폰에서 본인의 부고 문자를 보냈던 것이지요. 아마 유가족들이 교장 선생님의 휴대폰에 저장된 전화번호에 모두 알린 것 같아요.
제가 퇴근한 남편에게 교장 선생님의 부고를 전했더니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교감으로 근무할 때, 남편도 교장 선생님을 뵈었던 적이 있거든요. 저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오늘 도서관에 가는 대신 장례식장으로 향했습니다. 휴가철이고 출근 시간이 지나서 서울 시내 교통 사정은 좋았습니다. 저는 막히는 차선을 피하지 않고 천천히 운전했습니다. 하지만 서울삼성병원 장례식장까지 가는 시간이 평소보다 절반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지요.
제가 장례식장 로비에 들어서자 낯익은 얼굴이 환히 웃으며 반기고 있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재직 중에 교장실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었지요. 교장 선생님의 영정 사진이었어요. 순간 저는 눈물이 솟구쳤습니다.
저는 마음을 진정하고, 부의금 봉투에 굳이 '(전)000 초등학교 교감 전우주'라고 썼습니다. 교장 선생님의 영정 사진을 보고 나니 꼭 그렇게 쓰고 싶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췌장암으로 고생하다가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긴 지 한 달 만에 돌아가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000 초등학교에서 근무했던 이야기를 자주 했고, 그때가 교직생활 중 가장 행복했다고 해서 그 사진을 영정 사진으로 정한 것이라고 유가족들이 저에게 전해 주었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늘 아내에 대한 걱정이 컸습니다. 아내가 오랜 신장 투석 중에 천만다행으로 이식수술을 받았으나 끝까지 보살펴 주려면 본인이 건강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신념처럼 말하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인생무상(人生無常); 덧없는 인생. 즉 변화가 심하여 아무 보장이 없는 인생이라고 풀이하지요. 제가 나이 들어 장례식장에 다녀올 때마다 느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