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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주 Oct 11. 2023

걸어가면 권위가 떨어지나요?

제가 오늘 아침 출근길에 현관 앞에 멈춘 차에서 한 아이가 내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교문에서 외부 차량을 통제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생긴 일이지요. 저는 아픈 아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차에서 내린 아이가 폴짝폴짝 뛰어서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를 내려준 차가 후진하여 운동장 가장자리로 나가는 동안, 등교하던 아이들은 비켜서 있거나 다른 출입구로 돌아서 들어가야 하는 불편을 었지요. 저는 학부모인 듯한 운전자에게 다음에는 교문 밖에서 아이를 내려주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런데, 저도 비슷한 잘못으로 1년 가까이 사람들을 불편하게 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교육장으로 근무하던 때였지요. 어느 날 저는 여느 때와 달리 사무실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현관에서 출근하는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때, 줄줄이 들어오는 직원들의 출근 차량과 제가 타고 온 관용차가 청사(廳舍) 입구에서 엉켜 일시적으로 정체되는 상황이 눈에 띄었습니다.


교육장에게는 흔히 ‘1호차’라고 불리는 기관 업무용 차량과 운전담당 주무관이 지원됩니다. 제가 8시 30분에 관사(官舍)에서 차를 타면, 청사 현관 앞에 저를 내려주고 차량보관소에 차를 갖다 두는 것이 1호차 운전담당 주무관의 아침 업무였지요. 그런데, 제가 청사에 도착할 때가 출근 차량들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시간이어서, 그날과 같은 일이 자주 있었던 듯했습니다.



제가 그 광경을 보면서 고민해 보니, 해결 방법은 매우 간단했지요. 1호차가 청사 주차장에 들어와 현관 쪽으로 좌회전하기 전에 제가 내려서 현관까지 걸어서 가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면, 1호차는 제가 내린 후 가던 방향으로 직진하여 곧바로 차량보관소에 다다를 수 있게 되지요. 즉 1호차가 주차장을 한 바퀴 돌아 현관 앞으로 가서 저를 내려준 다음, 다시 주차장을 한 바퀴 돌아서 차량보관소로 가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저를 내려주고 출근 차량들이 들어오는 입구를 향해 마치 역주행하는 것처럼 가지 않는 것이지요.


어쨌든 1호차는 1년 가까이 저를 현관 앞에 내려주고, 차량보관소로 가느라고 주차장을 두 바퀴씩 돌았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입구에서 들어오는 차량과 만나서 정체되기라도 하면, 들어오던 직원들은 그렇잖아도 빠듯한 출근 시간에 가슴 졸이는 상황이 벌어졌던 것이지요.



1년이 다 되어서야 제가 그 불합리함과 불편함을 알아차리다니요! 순간, 저는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당장 내일 아침부터 1호차가 현관까지 오지 않도록 하고, 퇴근할 때도 주차장에서 대기하면, 몇 걸음 걸어가서 차를 타겠다고 말했습니다.


“교육장님, 예전부터 줄곧 해오던 의전 방식인데요. 그냥 두세요.


정말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제가 엄중한 경호를 받아야 하는 중요 인사도 아니었고, 몸이 불편한 사람은 더욱 아닌데 말입니다. 저는 그 참에 꼭 필요한 의전과 격식이 아니면 직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라고 일러두고, 다음날 출근부터 제가 실천하겠다고 했습니다. [ 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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