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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주 Oct 19. 2023

아이들의 자존감과 학습 의욕을 높여 주는 아침맞이

요즘은 아침 등굣길에 교문에서 선생님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아이들을 환영하며 학교 안으로 맞이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 교문에서 선생님이나 선도부원들이 두발이나 복장검사 등을 주로 했던 등교지도와는 사뭇 다른 아침맞이 모습이지요.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어른들은 아마 심한 ‘격세지감(隔世之感; 다른 세계를 만난 것처럼 몹시 달라진 느낌)’을 느낄 것입니다. 아이들의 부모 세대는 아침 등굣길에 교문을 통과하는 것이 긴장되고, 때로는 공포였을 테니까요.


제가 교장이었을 때는 이런 따듯한 아침맞이를 하는 학교가 많지 않았습니다. 제가 하는 아침맞이 사례에 대하여 지역신문과 방송에서 기사로 다룰 정도였으니까요. 그때, 교문에서는 제가 아이들을 환영하고, 교실에서는 담임 선생님이 따듯하게 맞이해 주기를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교실에서 아침맞이를 실천하는 선생님은 절반에 못 미쳤습니다.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오기 시작하면서부터 선생님들의 업무가 시작되어 정신없이 바빠지는 특성 때문이기도 하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당연한 일을 선생님이 환영하는 것을 불편하고 낯설게 느끼는 선생님들의 의식과 문화가 더 큰 장애요인이었던 것 같아요.



혹시 영업 개시 시간에 백화점에 가 본 일이 있나요? 어찌보면 제가 필요해서 간 영업장임에도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입구에서 양쪽으로 줄지어 서서 깊게 허리를 굽히고 정중한 인사말을 하면서 극진하게 환영합니다. 백화점에 들어가기 위해 대기 중인 사람들이 어색하고 민망할 정도로요. 하지만 곧 기분이 좋아집니다. 마치 제가 대단한 사람인 것 같고, 지극한 마음으로 환영해 주는 저 사람들을 위하여 무엇인가 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물론 제가 필요한 물건을 사는 행위를 함으로써 지급하는 돈으로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임금을 충당하는 것이니 당연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요.


그렇다면 교문에서 아침맞이를 통해 아이들이 기분 좋게 학교에 들어가고, 또 교실에서 담임선생님이 따듯한 말과 표정으로 환영해 준다면 아이들의 하루는 어떨까요? 당연한 일상이지만 시작하면서부터 환영받고 격려받은 아이는 먼저, 자존감이 커질 것입니다. 그리고 학습 등 학교 생활에 대한 의욕도 생길 것입니다. 또 자신을 환영해 주고, 인정해 주는 선생님을 위해 무엇이든 하고 싶고, 지시에도 잘 따를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교장으로서 아침맞이를 하면서 실제로 아이들과 학부모들을 인터뷰한 내용입니다.


그리고 주의할 것은 교문에서든, 교실에서든 아이들을 맞이할 때는 아이들마다 개별적으로 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눈 맞춤을 하며, 적절한 인사말을 건네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인사말에 칭찬의 말이 더해진다면 더욱 좋지요. 안아주기, 손잡기, 하이파이브, 악수, 머리 쓰다듬기, 어깨나 등을 도닥여 주기, 신발 맞대보기, 손가락 끝을 맞대기 등 스킨십을 아이들의 연령과 성별에 알맞게 병행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환영받으며 학교에 온 아이는 교실에서 배우고 익히는 일에도,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일에도 긍정적이고 미래 지향적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학교로, 교실로 뛰어오게 하는 것은 ‘선생님 하기 나름’이지요. 아이들을 교육하는 교사로서, 아니면 적어도 교사라는 직업인으로서, 아이들을 살피며 웃는 얼굴과 상냥한 인사말로 선생님의 고객인 아이들을 환영하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의무 교육을 받고 있지만, 선생님들은 교실에서 의무 복무를 하는 것이 아니니까요. 한 가지 더 욕심을 낸다면, 아이들이 집을 나설 때도 부모나 다른 보호자로부터 따듯하게 격려하고 칭찬하는 배웅을 받을 수 있다면 도 좋겠지요. * 환영(歡迎); 오는 사람을 기쁜 마음으로 반갑게 맞음.  [전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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