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좀 바뀌면 어때>
최근 코로나와 여러 사회적 요소로 인해 10, 20대 우울증 환자 수가 지난 5년 새에 30%가 넘게 급증했다고 한다. 취업난과 경제적 문제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좋을 나이라고 말하지만, 막상 힘든 시절을 겪고 있는 10, 20대들에게 그 말은 결국 그 시절을 부러워하는 어른들의 말일 뿐으로 들릴 수도 있다.
'인간은 스스로 믿는 대로 된다.'
- 안톤 체호프
난 예전부터 무슨 일을 하든 될 거라고 말하고 다녔다. 소위 말해 될놈될(될 놈은 어짜피 될 것이다)은 바로 나라고 외치고 다녔다.
“시험? 괜찮아. 난 붙을 거야.”
“사업?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밖에 없어.”
재수 없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난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일을 성공해 내오고 있다. 물론 엄청난 일을 해낸 건 아니지만 내가 하고자 했던 일들을 차근차근 성공 시켜 나가는 중이다. 주위에서 많은 수군거림을 들을 때도 있었다. 운이 좋아서 되었다 혹은 잘난 척을 하고 다닌다며 재수가 없다는 소리까지. 하지만 내가 그렇게 말하고 다니는 이유는 단 두 가지이다. 그렇게 믿으면 그렇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고, 내 입으로 내뱉었으니 쪽팔리게 실패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패했을 때 돌아오는 남들의 비아냥은 실패에서 오는 좌절감보다 더 나를 주저앉게 만들었다. 그렇게 주위 사람들이 보지 못한 수많은 실패를 숨기고 결국 하던 일을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스스로 피곤하게 만드는 스타일이긴 하다.
3년간 반에서 1등을 못 할 때도 난 가장 쓸모없던 3학년 기말고사에서 1등을 했고, 수많은 취업 서류에 탈락했지만 결국 대기업에 취업했다. 난생처음 시도했던 창업에서 소중한 친구들과 내 건강을 잃기도 했지만 나름 훌륭하게 이루어냈다. 성공의 과정에서 왔던 힘듦과 슬픔은 결국 성공한 뒤에 돌아보면, 그저 레벨 업을 위한 경험치였을 뿐이었단 걸 알았기에 힘들 때마다 스스로 주문을 걸곤 했다.
‘난 결국 해낸다. 내가 짱이야.’
매번 주문을 외치다 보니 부작용이 생겼다. 자기애가 너무 높아졌다. 그래도 뭐, 없는 것보단 나으니까. 취준 시절의 나는 자기애의 끝판왕이었다. 면접을 보러 갈 때는 긴장한 적이 없었다. 한번은 면접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핸드폰을 보고 있었는데 다른 취준생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준비 많이 하셨어요?”
“저요? 준비하기는 했는데 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열심히 대답하려구요....”
“근데 안 떨리세요? 엄청 평온해 보이세요.”
“회사가 뭐 이거 하나뿐인가요? 떨어지면 또 다른 곳 붙으면 되죠. 허허허.”
내가 적고 있지만 진짜 재수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저렇게 재수 없게 말하진 않았으니 욕은 멈춰주었으면 한다). 하지만 그때도 여전히 마음속으로는 주문을 걸고 있었다. 이 면접에서 떨어진다면 내 손해가 아니라 회사 손해다. 당신의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줄 인재를 못 알아봤으니 다른 회사가 나를 데려갈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면접관들이 그렇게 무서운 존재로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갑인 입장으로 생각이 든다.
‘자 어디 한번 인재인 나를 알아보는지 한 번 볼까?’
맞다. 과한 자기애의 부작용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뭐, 나 혼자의 생각은 자유니까. 그렇게 난 대부분의 면접에서 합격했다. 면접관분들과 농담을 하기도 하고 영업팀에 지원했지만, 인사팀에 뽑히기도 했다. 입사하고 난 뒤 인사팀에서 일하다 보니 면접관으로 참관할 기회가 생기는데 그때서야 내가 합격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아우라.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우라부터 다르다. 얼굴에 자신감이 넘치고 말투부터 시원시원하다. 가끔 면접을 관상 면접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인 듯하다. 물론 사람마다 성격 차이도 있겠지만 세상은 모두의 성격을 고려해 줄 만큼 착하지 않다. 목표가 있다면 목표가 원하는 성격에 내가 맞춰야 한다.
32살인 난, 사업을 접고 여전히 새로운 도전을 하는 중이다. 차근차근 하나씩 이뤄가고 있지만, 그 길이 사실 순탄하지만은 않다. 수입도 평탄하지 않고, 유튜브 구독자 수는 아주 아주 천천히 오르고 있고,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에서의 합격은 희박할 수도 있다. 심지어 다음 프로젝트는 사진을 아주 못 찍는 내가 사진작가 되기로 결정했으니 정말 스스로 피곤하게 사는 스타일이다. 근데 그럼 어떠한가. 난 언젠간 높은 수입을 얻을 것이고 유튜브는 1천 명을 돌파할 것이다. 글을 쓰다 보면 실력이 늘어 출판을 할 수도 있고, 사진도 열심히 찍다 보면 한 명 정도는 나에게 문의가 오지 않을까. 1년 뒤라면 이 모든 것들이 이루어져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니 오늘도 주문을 건다. 난 결국 해낼 거야. 내가 짱이니까.
지금 힘든 일을 겪고 있다면 미래의 행복한 내가 오늘을 돌아보는 상상을 해보자. 정말 죽을 것같이 힘들지만 몇 달뒤 오늘을 돌아보면 별일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정신을 차리고, 호흡을 가다듬고 내가 짱이라는 나만의 주문을 외워보자. 그 주문이 언젠가 당신의 부적이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