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좀 바뀌면 어때>
나는 예전부터 핸드폰 게임을 시작하면 몇 달 만에 삭제하곤 했다. 특히나 레벨업을 하는 게임일수록 삭제 시간이 더욱더 빨라졌다. 캐릭터를 만들면 초반 어느 정도는 미션을 완료하는 재미에 시간 가는지 모르고 플레이를 하지만 어느 순간 일정 레벨에 도달하면 레벨이 잘 안 오른다. 그리고 매일 해야 하는 반복적인 퀘스트와 사냥이 그렇게 지겨울 수가 없었다. 그런 생각이 드는 순간 바로 삭제하고 새로운 게임을 찾곤 했다. 그래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임은 전략이 필요한 게임들이었다. 그런 게임들은 판마다 새로운 유저들을 만나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하기 때문에 늘 긴장하면서 플레이를 해야 한다.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대기업에 들어가서 퇴사를 꿈꾸었던 기간도 비슷했다. 취준이라는 시절 동안 레벨 업을 충분히 하다가 막상 취업을 하니 레벨이 잘 안 올랐다. 매일 같은 퀘스트를 깨야 했고 매번 같은 캐릭터들을 상대해야 했다. 게임이야 삭제해버리면 되지만 직장은 삭제가 아니라 퇴사가 되어버리니 이도 저도 못 하는 상황이랄까. 그래도 과감히 퇴사하고 게스트하우스란 새로운 게임을 찾았다.
"이번에는 포기 안 하고 잘할 수 있겠어?"
"엄마, 이거 완전 천직이야. 나 여행 좋아하고 게스트하우스 좋아하는 거 알잖아!"
그래도 대기업보단 더 재미있는 게임이었다. 나름 전략적 게임이랄까. 늘 새로운 손님들이 왔기에 손님마다 다른 전략으로 그들을 대해야 했다. 그런데 너무 오래 하다 보니 내 캐릭터의 체력이 떨어져서 계속 지기 시작했다. 게임을 계속 지니 스트레스가 쌓이고 어느 순간 또 지겨워졌다. 그렇게 또 게스트하우스를 그만두게 되었다.
'태생이 이런 건가?'
정말 내 학교 동기들은 열이면 열 모두 성실하게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나 혼자만 이렇게 쉽게 포기하는 것 같았다.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잘 참고 다니는 거지. 물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닌 사람이 더 많을 텐데. 궁금해서 초록 창에 쳐보기로 했다. 'mz세대 퇴사율'. 다행이다. 나 같은 사람이 많다네.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래,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사는 거니까.
지겨운 걸 어떡하나. 그만하고 싶은 걸 어떡하나. 나에게 안 맞는 게임을 억지로 하고 있느니 나랑 맞는 게임을 찾는 게 마음이 더 편한걸. 인내심이 없다는 걸 혼자 부정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사람 인생 또 모른다. 언젠가는 나한테 딱 맞는 끊을 수 없는 그럼 게임이 언젠가 찾아올 수도 있다. 누군가는 그런 게임을 일찍 찾은 것일수도 있고 나는 아직 찾는 중일 수도 있다. 그래도 일단 다양한 게임을 해봐야 내가 뭘 더 좋아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 오늘도 다른 게임이나 하러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