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좀 바뀌면 어때>
2021년 1월, 본가로 내려온 나는 당분간은 쉬기로 결정했다. 성인이 되고 나서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으니 이참에 그냥 잠이나 실컷 자고 놀아보자고. 헌데 논 것도 놀아본 사람이 잘 논다고 막상 쉬고 있으니 할 게 없었다. 여행의 도시인 제주에서 와서 그런지 여행도 안 가고 싶고 살도 찐 대로 찐 상태라 맛있는 것도 안 당겼다. 그렇게 4일 즘 지나서였나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놀면 뭐 하지?’
31살이란 적지 않은 나이에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때부터 불면증과 우울증이 조금씩 찾아왔다. 새벽 4시에 잠이 들고 6시에 눈이 떠졌다. 난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알람처럼 내 잠을 깨웠다. 내 손으로 알람을 설정하지도 않았는데 이놈의 알람은 삭제 버튼도 없었다.
그렇게 불안한 하루를 하루하루 보내다 보니 불안감이 무기력증으로 바뀌게 되었다. 스스로가 답을 내리지 못하니 나에게 답을 내려줄 사람이 필요했다. 궁금했다. 도대체 부자들은 이럴 때 어떻게 해결해나갔을까. 그때부터 다른 건 일절 하지 않고 책만 읽기 시작했다. 자기계발서 50권을 읽었다. 하루에 한 권씩은 읽은 것 같다. 50권즘 읽으면 해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아무 계획도 생각도 없는 내가 읽으니 공감이 전혀 되지 않았다. 그냥 자기 자랑하는 것처럼 보여서 오히려 열등감만 커져갔다. 그 당시 나를 가장 괴롭히던 생각은 단 하나였다.
‘이 사람들은 원래 똑똑하니까 그렇지. 잘하는 게 없는 난 도대체 뭘 해야 하는 거야?’
당시에 난 디지털노마드라는 직업에 관심이 있었는데, 지금 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공통점은 본인의 강점이나 지식을 판매하고 있었다. 내가 지금 남들에게 팔 수 있는 지식이나 강점이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당최 떠오르지 않았다. 어중간하게 남들보다 잘하는 건 있는데 남들한테 돈 받고 가르쳐 줄 만한 재능은 없는 그런 어중이떠중이었다. 그렇게 4개월이란 시간을 무의미하게 흘려보내고 스스로 한심하다고 느껴 포기해가고 있을 때 갑자기 한 생각이 떠올랐다.
‘왜 배울 생각은 안 해?’
간단한 정답이었다. 지금이야 핸드폰을 터치로 클릭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시대이지만, 2007년 애플에서 터치 시스템을 처음 도입했을 땐 온 세상이 주목했던 센세이션한 일이었다. 나 역시 저 간단한 대답을 스스로 얻어내는 것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새로운 일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마케팅은 절대 없어지지 않으니 굶어 죽진 않을 거야.’
처음으로 도전한 건 블로그였다. 3개월이란 시간 동안 블로그에만 매달렸다. 유튜브에 있는 모든 강의 영상을 보고, 모르는 부분이 생기면 책을 사서 보고, 그래도 모르면 실험을 통해 스스로 알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3개월 뒤 나는 일 방문자 수 1만 명을 달성했다. 방문자 수로만 치면 상위 1% 안으로는 드는 수치다.
그렇게 내가 아는 지식을 전자책으로 만들어 무료로 배포하기 시작했고 수백 명의 이웃분들이 내 책을 받아 가셨다. 블로그 무료 진단, 무료 강의, 유튜브도 시작하면서 조금씩 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지금은 블로그 강의, 컨설팅, 전자책 판매를 하며 블로그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누군가는 얘기한다. 3개월 만에 블로그 강사가 되는 것이 맞는 거냐고.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가 한 말이 있다.
‘토익 990점을 받아야만 400점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750점도 충분히 400점대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
세상에 그 분야 최고만 강의하는 건 아니다. 유재석, 스티브 잡스, 워런 버핏만 강의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내가 부족하다면 먼저 배우고 가르치면 된다. 지금 배우면 언제 깨우치느냐고 걱정하는 친구들이 있다. 누군가 그랬다. 31살을 100세 인생 시간에 비유하면 아직 아침 9시도 안 된 거라고.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자. 아직 점심시간도 안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