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좀 바뀌면 어때>
“형주야, 요즘 뭐 하고 지내?”
“아들아, 주위에 엄마 친구들이 요즘은 너 뭐하고 있느냐는데 뭐라고 해야 하니?”
내 주위 사람들에게 난 항상 이슈 거리였다. 학생 때부터 유난히 특이한 일을 찾아서 하던 녀석이라 내가 다음엔 뭘 할지 그렇게 다들 궁금해했다. 대기업을 그만둘 때도, 게스트하우스를 그만둔 지금도 늘 따라오는 질문이다. 심지어 이 글을 적는 지금도 전화가 온다. 내 안부를 궁금해하는 사람 중엔 나를 걱정하는 사람도, 진짜로 내 행보가 궁금한 사람도, 나를 보면서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전화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래서 요즘 난 항상 똑같은 대답을 한다.
“응? 나 백수인데?”
“그냥 논다고 해요.”
어머니한테는 죄송하지만, 그냥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이 더 편할 것 같다고 말씀드린다. 나이가 있으신 분들에게 내가 하는 디지털노마드의 삶을 설명하기가 더 힘들어서다. 주위 친구들에게 얘기해도 잘 모르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라 이제는 설명하기도 귀찮다.
일하다 보면 가끔 주객이 전도되는 일이 있다. 내가 좋아서 이 일을 하는 건지, 주위 사람들에게 좋아 보이려고 이 일을 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다. 어느 쪽이 더 중요한지는 본인 선택이다. 난 전자가 훨씬 중요하다.
“그래도 백수라고 하면 좀 쪽팔리지 않아?”
맞다. 쪽팔린다. 그런데 사실 쪽팔린다고 내 삶이 나빠지는 것도 더 좋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우린 남들과 참 많은 비교를 한다. 남이 연봉을 1억을 받으면 그렇게 배가 아플 수가 없고, 모임에서 내가 나름 높은 연봉을 받는다고 하면 그렇게 어깨가 올라갈 수가 없다. 나도 취업 당시에는 주위 친구들에게 연봉을 물어보곤 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까 그건 그때의 연봉이지 내 10년 뒤 연봉은 아니더라. 이렇듯 비교 대상을 남들에게 설정하면 스스로 비참해질 수도 거만해질 수도 있다. 난 그래서 그냥 ‘어제의 나’를 비교 대상에 놔두기로 했다.
‘어제는 10시간이나 잤나? 하아.... 오늘은 9시간만 자야지.’
‘어제는 7시간 공부했나? 오늘은 7시간 10분 공부해야지.’
물론 매번 어제의 나를 이기지는 못한다. 그래도 최소한 패보다 승이 높아지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렇게 비교 대상을 나로 잡으니 주위에 내 상황을 알리는 것이 그렇게 부끄럽지 않다. 일을 그만둔 것도,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것도 어제의 나 보다만 잘났으면 된다. 물론 이런 나를 보고 우월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것도 뭐 나름대로 괜찮다. 남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일이니까. 남들의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내 자존감까지 낮아지지는 않는다. 자기애가 너무 지나쳐서 문제지.
얼마 전 어머니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엄마, 집에만 있으니 자꾸 침대에 눕게 되서 작업에 속도가 안 나네요. 저 다른 지역에 조금 더 집중해 볼게요.”
“그래. 편한 대로 해. 근데 조급해하지 마. 언젠가 성공만 하면 되는 거 아니겠니?”
맞는 말이다. 세상엔 40대에 부자가 된 사람도 많다. 알리바바의 마윈, KFC의 커넬 샌더스, 김밥 CEO 김승호 모두 40대에 성공했다. 우리 모두 그들의 30대를 무시하지 못한다. 그 과정을 겪었기에 가능한 성공이었으니까. 나도 지금 그런 과정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면 남들의 시선 따윈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주위의 말에 흔들리지 말자. 남들의 걱정과 우려, 시기와 질투를 원동력으로 삼아보자. 이보다 좋은 천연 자양강장제가 어디 있으랴. 이참에 오늘도 한 병 깔끔하게 삼켜본다. 크으. 피로가 회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