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로카노를 마신 생일

엄마에 대해

by 해마

아침에 눈이 빨리 떠질 때, 글로 남겨야 할 것 같은 사유들이 마구마구 떠오를 때. 그런 때 나는 출근 전에 스타벅스에 들른다. 아침에 일어나 바로 출근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지수가 많이 내려간다.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새벽 3시 반에 눈이 떠져서 브런치 알람을 계속 새로고침했다. 어제부터 댓글들이 조금씩 달렸기 때문이다. 마치 수신인 없는 편지에 답장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를 잘 모르는 분들이지만 브런치에서의 나는 가장 솔직한 나이므로 역설적으로 나를 가장 잘 아는 분들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댓글을 쓰는 일은 눈으로 읽고 하트를 누르는 것과 차원이 다른(응원 하트들도 너무나 기분 좋기는 마찬가지) 에너지와 관심을 필요로 한다는 것을 알기에. 감사한 마음을 조심조심 싸서 댓글 아래에 활자로 내려놓았다. 조금의 기대감이 나를 일찍 깨워, 무려 7시 10분에 스타벅스에 이르게 했다.


I역의 스타벅스 매니저님은 참 친절하시다. 피곤할법한 금요일 아침인데도 산뜻한 인사가 들려온다. 스타벅스 이야기를 왜 이리 오래 하냐고 하면 신상 에어리카노가 너. 무. 맛있었기 때문이다. 나흘간 먹은 게 별로 없어서 아침부터 빈속에 아메리카노를 곧잘 때려 넣는 나도 오늘은 아메리카노가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샌드위치도 함께 먹을까? 하다가 에잇 다 못 먹을 것 같아. 하곤 에어로카노를 주문했다.


아니 이건 라떼도 아닌데 라떼만큼 부드럽고, 아메리카노도 아닌데 아아메처럼 고소하다! 얼음 맛이 덜해서 빈속에도 부담이 훨씬 적다. 당분간 출근 전에 스타벅스에 들를 이유 중 하나가 되어줄 듯하다. 아무도 없는 카페에 혼자 앉아있자니 매니저님이 마들렌을 두 개 들고 오신다. 새로 나온 마들렌인데 맛보시라며. 샌드위치 말고 딱 이 정도 크기를 원했던 나는,,


오늘이 내 생일인가? 싶다.


생일 별 거 있나. 나를 두고 자신의 알맹이를 낳았다고 표현하는 우리 엄마가 들으면 까무러칠 일이다. 그런데 정말 생일이, 내가 태어난 일이 기념하고 축하받아야 하는 건지 의아해지기 시작했다. 오늘을 생일로 지정하면 안될까, 엄마. 내 생일은 내가 태어남과 동시에 엄마가 아팠던 날이잖아. 그걸 왜 기념해야 할까... 매년 생일때마다 엄마에게 전화해서 낳아줘서 고맙다고 인사했었다. 나의 날이 아니라 엄마의 날이라고 생각했다. 미안하다고 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엄마는 배속에서도 똑바로 서있고 싶던 나 때문에 무려 배를 찢었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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