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병

정신의학과 진료일지 2

by 해마

매주 병원에 가는 일은 생각보다 많이 번거롭다. 남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온다는데 나는 무슨 연유로 1년째 매주 병원에 가야 하는지 모를 일이다.


운동 하나를 등록하기 위해서도 15번씩 마음을 바꾸는데, 병원 진료라고 다를까. 초반에는 방문일을 바꾸는 전화를 매주 했을 정도다. 최근에는 그럴 일이 없나 했는데 또 병이 도졌다. -이하 “내 맘대로 병”이라고 칭하겠다.- 진료일과 다른 일정이 겹칠 때 항상 내 맘대로 병이 온다. 문제는 그 다른 일정이 그다지 중요한 일정이 아니라는 것. 다른 일정들은 내가 생각하기에 중요하지도 않고 지킬 필요도 없으며 일정 후에는 개운함보다 오히려 찝찝함이 드는 날이 많은 일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진료대신 항상 다른 일정을 선택한다.


다행스럽게도 3번 방 선생님의 경우, 진료 일정을 요리조리 바꾸는 것이 좀 가능했었다. 그것이 선생님과의 약속을 깼다는 나의 죄책감과, 고작 별 볼 일 없는 일정 때문에 진료를 가지 않았다는 나의 자책과 한심함을 조금 덜어줬었다. 1번 방 선생님은 인기가 참 많다. 한 번 정한 진료를 가지 않으면 그 주는 땡이다. 나는 오늘도 진료대신 뻘짓을 할 예정이다. 반차를 쓰고 모처럼 선생님과 오래 진료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나는 또 병신같이 진료를 놓친다. 자꾸 진료일에 일정이 생기는 걸 보니 온 세상이 내가 나아지는 것을 막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병적인 생각이 든다.


다행인 것은, 아직까지 이런 생각이 병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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