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도
이제 병원을 가는 일이 의례적인 절차가 되었다. 가서 나의 속내를 이야기하지도, 어떠한 새로운 이야기를 듣지도 않는다.
다행인 일은, 3번 방 선생님이 오픈하신 병원에 다음 주에 진료를 보러 간다는 것.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기 때문에 마음을 비우려고 노력 중이다.
1번 방 선생님은 항상 물어보신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어요~?"
참 다정하고 따뜻한 말투와 목소리인데, 나는 말문이 막힌다. 일주일을 기억하는 일은 뭐랄까... 잠이 깬 후에 꿈이 어땠더라 생각하는 일과 비슷하다. 어떤 이슈가 있었는지 생각해도 기억이 나질 않고 기억이 난다 한들 이 사람에게 별거 아닌 꿈같은 일들을 전해야 하나 생각이 든다.
결국 1번 방 선생님과는 진료일에 있었던 일만 이야기를 하다 온다. 다행히도 그날은 할 말이 좀 있는 날이었다. 개인적으로 좋은 일이 하나 있었고, 연달아 안 좋은 일이 우르르 있었다.
하루 종일 기분 좋은 일에 취해 있었는데, 안 좋은 일(내가 일적으로 실수했던 일들이 파묘되는 일)이 우르르 몰려오니 그 격차는 꽤나 큰 것이었다. 당연히 아니란 걸 머리로는 알면서도 '내가 기분 좋은 꼴을 못 보는구나'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대상도 없이 말이다.
기분 좋은 그 일마저 '신종 사기'가 아닐까? 혹은 '이거 아무한테나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하루 종일 머리가 복잡했다. 결국 회사에서까지 터져 나오는 눈물을 뿜어내고 손목에서도 피를 뿜어낸 후에야 진정을 했다.
정말이지 아주 작은 자극도 그냥 못 넘기는 나 자신이 싫다.
"일 년이 지났는데 변한 게 없는 것 같아서 봄이 싫다고 하셨는데 그건 좀 어떠세요?"
선생님이 물으신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오던 이맘때 나는 오래 준비하던 시험을 놓았다. 나에게 봄바람이 칼바람 같았으며 떠돌이 개처럼 하루 종일 길을 걸었던 기억이 난다. 또다시 따스한 바람이 불어온다. 기분이 좋지 않다. 나의 나약함과 도피와 모든 것을 실은 채 바람이 불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솔직하게 대답했다.
"여전히 좋진 않아요."
3번 방 선생님이 말했듯이 1번 방 선생님은 굉장히 따뜻하시고 사명감도 있으시며, 좋으신 분은 확실하다. 다만, 내게 시간을 많이 써주실 수 없고 그 점이 나의 문을 열기 어려운 요소로 작용한다.
이번 일주일은 작은 메모라도 잘해서 얼른 3번 방 선생님을 만나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