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라는 면사포
2월에는 지인 두 명이 면사포를 쓴다. 4월에도, 5월에도 결혼식이 있다.
이제 주변에서 누군가는 결혼을 하고, 또 어느 누군가는 나에게 "결혼 생각이 있는지"를 물어본다.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을 안할래야 안 할 수가 없다. 그게 대체 뭐길래.
엄마가 "결혼"이라는 단어를 두 번째 꺼냈을 때, 왜 결혼을 물어보는지 되려 물어봤다.
엄마는 세 가지 이유를 들었는데,
첫째는 주변에서 내 또래 지인들이 결혼을 많이 하니 한 번 물어보는 거고
둘째는 결혼할만한 사람이 있고
세번째는 아빠가 퇴직하기 전에 결혼을 하면 좋겠어서.
이유를 들으니 납득은 갔지만, 나도 "결혼"에 대한 물음을 듣지 않아야 할 이유를 말해줬다. 거부감 없이 하고 싶다가도 주변에서 자꾸 물어보고 재촉하면 하기 싫어지니까.(이게 진정 서른즈음 성인의 마인드인가)
엄마는 어이가 없다며 웃고 그 이후로는 한 번도 그 단어를 내 앞에서 말하지 않는다. 너무 고마운 일이다. 사실 엄마가 물어보지 않아도 엄마아빠를 보면 결혼이 충분히 하고 싶다.
지인들 중 결혼을 후회한다는 사람은 한 명도 못봤다(아직). 내가 생각하기에 결혼은 참 귀찮을뿐더러 감수해야 할 것이 너무너무너무 많다. 다들 그것을 감수하더라도 하게 되는 걸까? 대부분이 결혼이라는 면사포를 덮고 살아가고있다.
걷어내 보면 모두 다른 형태로 살고 있으니까, '결혼은 뭐다.'라고 정의내릴 수 없다. 어떤 사람에겐 천국일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겐 지옥일수도 있는 거지.
어쩌면 좋은 아내는 화자처럼 적당한 거리를 두는 아내인가보다. 화자에게 결혼은 just 비즈니스니까. 그런데 현실 결혼은, 감정을 기반으로 해서 결국은 함께 인생을 운영하는 격이니(=비즈니스니까) 적당하기만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감정과 이성이 제 자리에 있지 못하고 마구 버무려져 지지고 볶고 하겠지.
우리는 한 바구니에 담은 달걀과 오리알 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다. 비슷한 듯 다른. 나는 이 간극을 억지로 메우고 싶지 않다. 불가능한 것에 미련을 두면 상대를 부정하게 된다. 싸움으로 번져 심한 상처까지 입는다.
p.249
ㄴ 달걀과 오리알이면 선방아닐까! 사람이 다 알의 모양이 아닐지도 모르니까. 나도 옆사람과 다른 지점을 억지로 메우지 않으려 하지만, 가끔 옆사람이 '내'사람이라는 착각을 할 때, 불가능한 것에 미련을 두기도 한다.
살인이 대단한 일로 벌어지는 게 아니구나. 탁 탁 탁 몇번 긋다 어느 순간 확 불꽃이 이는 성냥처럼, 한번만 더 찾아오면 죽여버리리라했다. 반복되는 거슬림이 내 살기를 건드렸다.
368p
ㄴ 포스트잇이 붙어 있는 이유.
벌써 서른이다. 아직 서른에 대한 감각이 손에 딱 잡히지는 않는다. 하지만 뭐랄까, 어쩐지 유연한 탄력이 느껴진다. 왜요, 난 이렇게 사는 게 좋은데. 그땐 왜 이렇게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했을까. 이제는 좀 잘 살아야겠다.
438p
ㄴ 서른즈음에 혹은 결혼을 할 즈음에 가볍게 읽어보기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