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입원일지
아침도 거르고 잘 자고 있었는데 나를 깨우더니 MRI검사를 하러 간다고 했다. 내 뇌에 정말 이상이 있어서 이 우울이 계속되는 건가 생각했다.
잠이 덜 깬 상태로 MRI실에 가서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이름 모를 약에 대한 발진이 있었던 적이 있어서 조영제 없이 MRI를 찍었다. 뇌 MRI는.. 마치 중세시대에 소리로 고문을 한다면 이런식이었겠구나. 싶은 거였다.
귀마개를 끼고 헤드셋도 끼고 소리를 차단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음에도,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힘들었다. 이걸 설명하기 전에 나의 귀 예민도에 대해 첨언을 해야겠다. 나는 평소에도 상태가 좋지않을 때 귀가 정말 예민해진다. 이를테면 생활소음 - 엄마가 요리하는 소리, 청소기 소리, 누군가의 말소리, TV소리 - 이런 것들이 언젠가부터 상당히 거슬리고 심지어는 듣기 힘들정도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컨디션도 안좋아지고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끼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끼고도 빗소리나 그냥 숲소리 이런걸 들어야 한다. 무튼, 이런 나에게 뇌 MRI는 고문 그자체였다.
2-30분 내내 조그만 통에 들어가서 높낮이가 다른 삐삐삐 띠띠띠 웅웅웅 왕왕왕 이런 소리를 듣고 있어야 하니 고문이 따로 없었다. 손에 들린 호출벨을 누를까 말까 백번도 더 고민했던 것 같다. 근데,이걸 누르면 다른날 하더라도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할까봐 차마 누르지 못했다. 얼굴을 찡그리며 그냥 들었다. 나 죽었다. 하고 그냥 있었다.
M이 병문안을 왔다. 오전에 뇌 MRI를 찍어서 정말. 정말 피곤했는데도 M이 온다니 좋았다. M은 내가 요청한 맥주(당연히 마시면 안된다. 그렇지만 주말과 야구와 함께하는 맥주를 어떻게 참겠는가!!!) 와 내가 절대 필요없다고 했던 반찬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과일도 바리바리 사들고 왔다. M을 오랜만에 보는거라 피곤한 티는 내고 싶지 않았는데, MRI를 찍고오자마자 점심먹고 휴게실에서 커피 마시다 보니 넘 힘들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커피냅을 하자며 병실로 돌아와서 나는 내리 4시간을 잤다..;; 저녁밥이 벌써 온 것도 모르고 중간에 다른 약을 갖다준것도 모르고.
어제 밤에 충동적으로 구매한 코털 가위. - 눈썹칼도, 커터칼도 편의점에 안팔아서 어쩔 수 없이 이걸 구매한 거였다.- 가 뭐냐고 M이 묻기에 그냥 얼버무리고 이걸 간호사에게 들켜서 M도 용도를 알기전에 없애버려야 한다는 일념하나로 간호사에게 몰래 반납했다. 어제 밤에 산거라며. 아마 그래서 내가 모르는 약이 추가로 처방되었으리라.
나의 담당 선생님은 우리엄마랑 이름이 같다. 성은 다르지만. 엄마가 상처받을까봐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선생님께는 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