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과 진료일지
이 병원에 두 번째 방문이다.
병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딱히 즐거운 일도 아닌데 당일은 시간이 도저히 안 간다.
오늘 병원을 가서 내 증상이나 생각을 이야기하면 선생님이 답을 주실 거라고 생각했다. 이번 주는 유독 힘들었기 때문에 답을 얻고 싶었다. 선생님은 내가 지금 너무 무겁다고 하셨다.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고도 하셨다.
맞다. 나는 나의 존재가 너무 무거워서 견딜 수가 없다. 땅 속으로 꺼져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매일 한다.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낙관적 생각>. 그걸 하면 좋아진다는 것을 몰라서 이러고 있는 건 아니다. 안될 뿐. 내일이 오는 게 두려운 나에게, 미래에 대해 낙관적 생각을 하라고 하는 건 뜬구름 잡는 이야기다. 병원에서 얻을 수 있는 게 있을까? 약? 의사 선생님이 돌팔이 같다 (잠깐이지만 돌팔이 같다는 무례한 생각이 든다). 빨리 내가 해결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으면 좋겠는데, 쉼표를 찍어보라신다.
시험이 다가오는데 어떻게 쉬나요..?
손목을 괴롭힌 이야기를 할까 말까 하다가 그냥 얼버무리며 손톱으로 긁었다고 했다. 가위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 선생님은 딱히 더 묻지 않으셨다. 내가 너무 흘려 이야기해서 들으셨는지도 몰랐는데, 알약이 하나 늘어난 걸 보니 들으셨나 보다.
“전문의시니까, 저는 괜찮아지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 보이세요?”
선생님은 대답을 망설이셨다. 환자에게 명확한 치료 기간을 설정해 주기란 의사로서 곤란하고 어려운 일일 것 같긴 하다.
”한 달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요. 그렇게 되게 노력할 거고요. “
그마저도 진심 같지는 않았다. 나도 이 고통의 기간이 한 달은 전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약을 먹고 있지만 나빠지고 있고, 여전히 생각에 잠식되어가고 있다. 날이 풀리니까 좋은 점은 집 말고도 시간을 때울 곳이 많다는 것. 휴대폰 배터리가 다 닳을 때까지 벤치에 누워서 노래를 들었다.
나는 우울로 도피하는 중일까. 현실을 직시하고 싶지 않아서 미쳐가는 걸까.
밤 약 중 새로 추가된 약을 검색해 보니 살이 찔 수도 있다고 한다. 우울의 유일한 장점은 살이 빠지는 건데 그것마저 빼앗아간다니. 이 약만 빼고 먹을까 약간의 고민이 든다.
아니, 매일 밤마다 고민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