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과 진료일지
처음 갔던 병원에서 진료를 딱 2번 가고 관뒀기에, New 진료일지가 되겠다.
새로운 병원을 물색해서 금요일로 진료예약을 해뒀는데, 전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더 먹기가 싫어져 충동적으로 예약을 당겼다. 선생님은 좀 더 젊으셨고, 내 감정을 덜 건드리시는 느낌이다.
새로운 병원의 선생님은 내가 가진 기질과 나의 상황이 대립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힘들 수 있다고 하셨다. 사실 어느 병원이 더 잘 맞는지는 아직 모르겠으나 이 병원이 마음이 덜 불편하긴 한 것 같다. 선생님은 무엇보다 일상을 잘 보내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일상만 잘 보내기에는 목표를 위해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서…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은 생각이 든다. “일상을 잘 보내기”와 같은 문장이 와닿지 않는다.
진료를 받을 때마다 느끼는 건, 내가 문제인 게 확실하다는 거다. 내가, 그리고 내 행동이 나를 갉아먹고 있는 게 분명하다. 근데 이걸 못 멈추는 게 문제다. 선생님은 우울감도 잡아야 하지만, 나의 충동성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저번 병원보다 좀 더 솔직하게 진료에 임했던 것 같다.
선생님은 하루 중 언제가 가장 힘드냐고 물어보셨다. 평소에 자각이 없다가 처음 생각해 봤다. 아침이 제일 괴롭다. 눈을 떴을 때 느끼는 감정은 어떠한 인과도 없이 들이닥치기 때문에, 그 감정을 나에게 이해시키기도 어렵다.
이번 선생님은 아침 약도 함께 처방해 주셨다. 새로운 약으로 일주일이 좀 괜찮길.
두 곳의 병원을 방문하며 정신과 선생님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선생님들은 나에게 스스로 목표를 갖도록 유도한다는 점. 그렇지만 나는 그러기 싫은 게 문제다. 싫다기 보단 목표라는 것에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지만, 선생님들께 정답을 듣고 싶었다.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선생님들은 절대 정답을 먼저 제시하지 않으신다. 정신과전문의 선생님을 딱 두 분 밖에 못 봤지만 , 여기에서 정답을 들을 수는 없겠다는 일반화를 섣불리 해본다.
선생님들은 열심히 “남들도 그렇다”며 날 위로하시고 나의 가족관계 혹은 어릴 적에서 힌트를 찾으려고 하시지만 나는 화목한 가정에서 자랐고 가족관계도 좋아서 딱히 얻으시는 건 없는 것 같다. 선생님들 입장에서 아마, 어려운 환자이지 않을까.
무튼, 오늘은 왜인지 모르겠지만 술이 땡겨서 맥주를 한 캔 사 왔다. 분명 낮에 선생님이 술에 관해선 바리케이드를 쳐야 한다고 하셨는데 병원을 다녀와도 답답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갈증이 났을까.
조금 더 다녀봐야 알겠지만 병원을 옮긴 일은 좋은 선택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