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다른 시각에서 보는 것
제목이 참 내 취향이라 오랜 기간 나의 독서위시리스트에 올라있던 책인데, 어느 순간 입소문을 타서 SNS에 자주 보였다.
이럴 땐 괜히 읽기 싫어지는 법이다. “내 취향 PICK “ 이 아니라 “SNS의 PICK”에 편승하는 것 같아서.
그렇지만 한 번 생겨난 관심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는다. 결국 호기심에 지고 만다.
오랜만에 이렇게 술술 읽히는 책이라니. 작가님의 필력이 엄청나다. 마지막장을 딱 덮고 느낀 건 ‘아, 내 삶이 지리멸렬해질 까봐 이런 시간을 주는 건가.’
신이든 우주든 뭐든 간에 말이다.
이 책을 소개하는 많은 표지들이 내세우는 책 속 문장이 있다. ‘내 삶의 부피는 너무 얇다. 겨자씨 한 알 심을 만한 깊이도 없다. 이렇게 살아도 되는 것일까.’.
그러나 나는 이 문장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보다는 ‘내 삶은 왜 남들처럼 평탄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평소 나 자신을 “모순덩어리”라고 생각하는 나에게 이 책은 퍼즐 맞추듯 네 귀퉁이가 딱 맞는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 안진진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는데, 평범한 듯 보여도 상당히 깊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주변인들의 삶의 방식을 하나하나 이해하며, 인정해 주는 모습이라니. 안진진의 시선을 통해 해석이 곁들여져 주변인들마저도 매력적인 인물이 되는 것이 이 스토리의 장점이다.
어떤 문장은 팩트폭력을 하기도 하고 어떤 문장은 나를 감싸주기도 했는데 특이한 단어나 화법을 써서 눈길을 끈다기보단, 문장이 너무나도 정직해서 마음에 박혔다고 할 수 있다.
정직해서 마음에 박힌 두 문장을 아래 소개한다.
“안진진. 인생은 한 장의 사진이 아냐. 잘못 찍었다 싶으면 인화하지 않고 버리면 되는 사진 하고는 달라. 그럴 수는 없어.” -p106
참 잔인하지만 정직한 문장이다. 안진진의 말을 빌리자면 인생은 멈춰놓고 들여다볼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게 잔인한 거다. 내가 걸어온 발자국들이 없어지지 않고 어딘가에 굳게 찍혀있다는 것이 때론 지우고 싶은 발자국이 있는 사람들에겐 고통이 된다.
“삶은 그렇게 간단히 말해지는 것이 아님을 정녕 주리는 모르고 있는 것일까.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주리는 정말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p173
살다 보면 이 진실을 모르는 부러운 사람들이 있다. 이걸 모른다는 것은 기꺼이 악을 선택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았단 것. 전엔 이런 사람들이 부럽다고 생각했으나 이 책을 읽은 후론 조금 관점이 바뀐다. 순진한 사람들은 지리멸렬한 재미없는 삶을 살게 되는 걸까. 나는 그럴 수 있는 위인이 못된다. 끊임없이 모순덩어리의 삶을 살아왔고 그것으로 인해 괴로워한다.
익명성을 빌려 좀 더 솔직해보자면, 나도 달리기에 특화된 인간이었다. 200p에서는 “달리기만 할 줄 알고 멈출 줄은 모르는 자동차는 아무 쓸모도 없는 물건이듯이, 인생도 그런 것이었다. 언젠가는 멈추기도 해야 하는 것이었다. 나는 여섯 번째 질주에서 마침내 멈췄다.”라고 쓰여있다. 나는 멈춘 건지, 발목이 꺾여 쓰러진 건지 모르겠으나 무튼 현재는 멈춰있다. 꺾인 발목으로 어찌어찌 걷긴 하지만 썩 맘에 드는 내 모습은 아니고, 정체성마저 흔들린다.
이 책이 의미 있는 이유는 인생의 부피를 “성취감”에서 찾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생은 너무나 복잡한 것이라서 “성취감” 혹은 “성공”의 개수나 양으로 부피를 늘릴 수는 없다. 오히려 다른 것에서 부피를 늘릴 수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책에서 찾아보시길.
마지막으로, 내가 어디에선가 숨을 멈추게 된다면 꼭 따라 적고 싶은 인사말. “너무 빠르게도, 너무 늦게도 내게 오지 마. 내 마지막 모습이 흉하거든 네가 수정해 줘.”를 머리에 다시 저장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