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그만 3

by 해마

요 근래에 한남동에 갈 일이 자주 있었다.

좋은 일로 간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남동에 갈 때마다 자유로움을 느꼈다.


누가 속박하는 것도 아닌데, 항상 자유를 갈망한다.

문득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구절이 생각난다. 그만큼 갈망한다.


얼만큼 더 자유로워야 자유로움을 느낄까.

자유로움을 갈망하면서 공허함을 느끼는 것만큼 아이러니가 있을까.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하는 나는 망가져있는 것 같다.


공허함은 무슨 짓을 해도 채워지지 않고,

피부와 피부가 닿는 것으로 어찌저찌 잠깐 틀어막는데

그것도 순간뿐이다.


폭염주의보가 내린 날이었는데,

한남동을 세 시간 걸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하필 손선풍기도 없어서

양산에 의지한 채 걸었다.


이상하게 힘들지 않았다.

다리가 아프지도 않았다.

더워서 찝찝하지도, 짜증이 나지도 않았다.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모든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좀 느껴보라는 듯, 소나기도 내리고 매미도 울었지만

나는 느낄 수 있는 게 없었다.


내가 느끼는 거라곤 부서진 나를 더 잘게 밟으며 걷는 나.


나도 이해를 못 하는 데 이 글을 누가 이해할 수 있으리.

그저 끄적이며 토해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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