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학과 진료일지
정확히 말하면 진료일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관련하여 중요한 일이니 기록 겸 한 번 써본다.
주말엔 죽고 싶다며 병원에 전화를 했고
월요일 진료는 무사히 마쳤으나
수요일엔 육교에 가고 싶었다.
깊은 생각은 없었다. 그냥 앉아있고 싶었는데
와인을 마셔서인지 육교난간이 위험하단 생각이 안 들었다. 그냥 난간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거기서 뛰어내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난생처음 파출소에 갔다.
나 참 이런 포지션으로 파출소에 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물도 가져다주시고 휴지도 모자랄세라 계속 가져다주시는 경찰분들이 감사했다.
B에게 전화를 하고 상황설명 및 인계를 해야 한다고 해서
제발 혼자 조용히 갈 테니 보내달라고 했다.
안된다고 했다.
나 역시 절차적인 부분을 모르는 것이 아니니
더 떼를 쓸 수도 없었다.
그럼 차라리 부모님께 상황설명하고
B에게는 자세한 건 말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이걸 감당할 B를 볼 자신이 없으므로.
B는 아마 내가 술을 엄청 많이 마셨다고 생각했나 보다.
생각보다 멀쩡한 나를 보고 의아해하는 것 같았다.
집에 들어 와선 나를 끌어안고 울었다
나는 괜찮아 만 반복하며 안긴 채로 등을 두드려줬다.
그리고 또 무슨 이야기를 했던가
닭강정을 먹고 J에게 집을 바꾸자고 한 것까진 기억난다.
아침에 일어나니 책상에 놓인 B의 쪽지가 눈에 띈다.
자기가 눈물도 많고 약해 보여도 내가 기댈 정도는 된단다.
귀엽고 기특했다.
그런 쪽지를 받아도 내 무게를 B에게 덜어놓을 마음은 전혀 없다.
무게를 굳이 두 명이 짊어질 필요는 없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