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르모필레-델포이>
일단 테르모필레로 갔다. 테르모필레는 레오니다스 시절에는 가파른 산이랑 바다 사이에 좁은 해수욕장 길이었다고 한다. 그런 지형지물을 활용해서 적은 병력으로 페르시아 군을 오랫동안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이걸 지각변동이라고 하나. 땅이 올라왔는지 바다가 내려갔는지, 땅 모양이 바뀌었는지 산과 바다 사이가 엄청 넓다. 테르모필레 마을 앞에 레오니다스와 300용사 동상이 있었다. 그것 말고 아무것도 없음. 인상 안 깊었다. 마을 주유소에서 주유하고 델포이로 출발했다. 근데 작은 마을이어도 오소독스 교회는 멋있더라. 초대교회인가. 겠냐.
테르모필레에서 델포이로 가려면 높은 산을 두개 정도 지나야 했다. 그리고 델포이 산간 마을까지 또 올라가야 했다. 근데 주유하다가 알게 됐는데. 동절기 유적지 마감 시간은 3시 30분이었다. 예상 도착 시간은 3시 8분. 근데 여기까지 와서 델포이를 안 볼 수는 없잖아. 아이밀리우스, 루쿨루스 이런 대장군들이 찾는 신전이 올림피아의 제우스 신전하고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인데. 이선생이 나한테 빨리 가달라고 했다. 그래서 진짜 목숨 걸고 밟았다. 왕복 1차로 산길인데 앞에 추레라, 봉고차 있으면 목숨 걸고 추월했다. 아니 근데 이선생은, 전에도 말했지만, 사고 날까봐 불안해서 일몰 후 이동 다 없앴던 사람인데 내가 목숨걸고 밟아주니까 좋아했다. 아니 그냥 저녁에 이동을 하면 이렇게 급하게 다닐 필요가 없지 않냐고. 다시는 이렇게 운전하고 싶지 않았다. 한 2시 50분 쯤에 델포이 매표소 앞 길에 갓길 주차에 성공했다. 급하게 갔지만, 경치가 개멋있었다. 37번 국도 거창->무주 구간, 보은 말티재??인데 규모가 15배인. 뭐 그렇게 생각하면 되려나. 근데, 양치기 개와 소가 길에 누워있는.. 아 그리고 칼라바타에서 심카드를 구해서, 델포이로 가면서 내 플레이리스트를 들을 수 있었다. 바로 일본노래. 기분좋았다.
그리스가 좋은게 주차장은 없는데 주차 장소는 많고, 주차에 대한 요금을 받지 않는다. 뭐 어쨌든 내리자 마자 200m 떨어진 매표소까지 달려 갔다. 가니까 종업원이 30분에 문 닫는다면서 표를 안 팔려고 하길래. 알고 뛰어서 다 볼꺼다. 이러고 표를 사가지고 또 200m를 뛰어서 유적지구 입구까지 갔다. 근데 마감 직전인데도 사람이 꽤 많더라고. 미국인들이 수학여행으로 델포이를 많이 찾는 듯 하다. 미국인으로 추정되는 인간들을 많이 마주쳤다. 미국인들은 자기 고향을 너무 좋아해서 자기 고향 이름이 프린팅 된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이 몇명있다. 미국인 맞을 것이다. 아무튼 원형 극장이랑, 보물창고랑, 아폴론 신전이 있었다. 다른 것도 많겠지만 뭐가 뭔지 모른다. 가보면 아는데 진짜 어케지었노다. 왜냐면 진입하기 자체가 너무 힘들다. 차로 가도 힘든 길이니까. "예? 어딜 올라가라고요?" 딱 이거다. 대장군들은 전쟁하기 전에 병사들을 끌고 왜 여기까지 와서 제사를 지냈을까?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제사 지내는 척 하면서 제물 지고 오르게 해서 전쟁대비 행군 숙영 능력 점검하는 것 같다. 병사들이 막 "예? 어딜 올라가라고요?"
<테베-메가라>
이선생이 저녁은 또 테베에서 먹자고 한다. 왜? 테베니까. 테베에는 슬픈 전설이 있으니까. 에파미논다스, 헤라클레스.. 아아 오이디푸스 난 전설 같은 건 믿지 않는데.. 어쨌든 테베에 갔다. 테베는 델포이에서 아테네로 큰길을 통해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길목은 맞았던 것 같다. 에파미논다스 동상이 있었다. 저녁에 와서 그런가. 분명 고속도로 출구 부근에 교통량은 엄청 많았는데, 마을 중심부는 그냥 구릉 위에 지어진 오래된 시골마을이었다. 거기서 이탈리안 식당에 갔다. 쉐프님이 다른 그리스인들이랑 다르게 영어도 잘하시고, 음식 내 주시면서 보나페티 이러는 거 보니까 이 사장님은 이탈리안인 것 같다. 그리고 면이 생면이었다. 이선생은 페스토가 들어간 폴로 알라 판나 파스타인가를 먹었던 것 같고, 나는 아마트리치아나를 먹었던가 그냥 포모도로를 먹었던가. 맛을 봐도 쉐프님은 이탈리아 사람임.
밥을 다 먹고 숙소로 갔다. 일몰 후 이동을 피하기 위해 펠로폰네소스로 건너가기 전 메가라라는 해변가 휴양지에 숙소를 잡았다. 테베에서 메가라로 갈때 헤라 여신의 산인 키타이론 산을 지나서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굳이 메가라에 숙소를 잡지 않았어도 됐다. 그냥 스파르타나 칼라바카 같이 펠로폰네소스 안쪽 깊숙한 곳에 숙소를 잡았어도 쉽게 운전해서 갈 수 있었을 것이다. 처음 숙소를 정할 때 밤에 가도 안전하다고 이선생을 잘 설득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다. 아티카 쪽으로 오니까 봄날씨다. 이번 숙소는 그냥 방이 남는다고 무료 업그레이드를 해줬다. 멀리 아테네 야경이 보이는 오션뷰로 업그레이드 시켜줬다. 방에서 파도소리가 엄청 크게 들렸는데 이선생 코 고는 것 보다 덜 거슬려서 괜찮았다. 주차 장소도 협소하고 복도도 좁고 방도 얼마 없어서 호텔이 그렇게 커 보이지는 않았다. 방은 좋았어요.
방에서 의견충돌이 있었다. 아니 이선생 이양반이 코린트에 운하를 보러 가야 한다는 것이다. 난 그게 뭔지도 몰랐다. 근데 뭐 가고 싶다고도 하고 성경에 나오시잖아. 이건 인정. 그리고 뮈케네 유적, 아트레우스의 보고를 보러 가야 한다고 한다. 아니 이건 진짜 뭔지 모른다. 성경에도 안 나오는데. 근데 뭐 이것도 인정. 근데 그렇게 하면 내가 가고싶었던 올림피아에 못 간다고 한다. 올림피아에 3시 30분까지 못가니까 가지도 말자고 한다. 일단 어이가 없는 게, 코린트에 겨우 운하보는 거랑, 뭔지도 모르는 뮈케네를 본다고 올림피아를 못간다는 거다. 이때까지 지 마음대로 로톤다도 따라가주고, 테살로니키에 이상한 탑에도 올라가주고 다 해줬는데..
그리고 진짜 레이지 폭발할 정도로 어이없는 거는, 아무리 시간 계산을 해봐도 늦게 출발해서 이선생 가고 싶은 곳 다 둘러 보더라도 올림피아에 2시 30분에는 도착할 수 있어 보였는데, 이양반이 3시 30분까지 못 간다고 하는 거다. 이건 뭐 어떻게 설득을 해야 하지 싶었다. 그래서 그냥 딜을 쳐볼려고, "그럼 올림피아 안 가는 대신, 그럼 지금부터 내 플리 틀면서 내가 다 운전해도 되냐?"했는데, 이선생 이양반이 아주 운전에 재미를 붙이신 것 같아서 겨우 참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레이지 조절 개잘하는 것 같다. 근데 뭐. 직접 보여주면 된다. 시간이 충분하다는 거를. 다니다 보면 알게 되겠지. 이런 생각으로 잤다.
아침에 조식을 먹는데 역시 식사에 진심인지. 호텔에서 가장 넓고 전망 좋고 큰 장소를 식당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그리스는 조식이 참 맛있어. 난 무엇보다도 그리스의 호텔들이 계란요리의 굽기를 잘 맞춰줘서 좋더라고. 밥 먹고 바다에서 사진 한번 찍고 완전히 펠로폰네소스 반도로 들어갔다.
<코린트-뮈케네>
뭔지도 모르는 코린트 운하에 왔다. 관광지도 아니라 길도 그렇게 예쁘게 닦아 놓지는 않은 것 같다. 포세이돈 동상이 있다. 이 동상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난 전설같은 건 믿지 않는다.
뮈케네로 갔다. 뮈케네 고대 도시는 페르세우스가 말년에 새운 도시라는 전설이 있다. 난 페르세우스를 좋아하지 않는다. 말년을 평안하게 보낸 영웅은 페르세우스밖에 없지 않나. 멋이 없다. 그딴 건 영웅이 아니다. 영웅의 말년은 비참해야 한다. 또 뭐였지 콜키스의 황금양털이 뮈케네랑 관련된 신화였는데. 그게 뭐더라. 오이디푸스랑 아트레우스랑 무슨 관계였는데... 아가멤논은 왜 나오지. 아트레우스 아들이 아가멤논인가? 아가멤논 동생이 트로이 전쟁을 일으켰던가? 아! 마넬라오스. 그러니까 난 잘 모르는데 왜 왔을까요?? 띠용??
아트레우스의 보고부터 갔다. 사람이 매우 조금 있다. 석실이 있다. 로톤다 만큼이나 서라운드 사운드 에코가 좋았다. 중앙에서 큰 돌을 떨어뜨리며 에코를 발생시키는 영상을 찍고 나왔다. 사자문을 지나 뮈케네 고대 도시 유적도 둘러보았다. 멋있는 산 속에 둘러싸여져 있었고, 멀리 바다가 보였다. 지나가던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의 말을 슬쩍 들었다. "사람들이 그리스 하면 섬과 해수욕장을 생각하잖아요. 근데 산이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내 말이 그 말이다. 유적지 밑에 박물관이 있었다. 나는 발 아파서 박물관은 패스. 귀여운 청소년 고양이들이랑 놀았다. 이선생은 박물관까지 다녀오더니. 아가멤논의 황금 마스크를 봤다고 했다. 구글에 아가멤논의 황금마스크를 검색했다. 소장 "아테네 국립 박물관". "이선생아 너 짭 본거야. 너 그거 알지. 임신서기석 찐퉁 국립경주박물관에 없다. 국중박에 있다. 너 아테네 가서 다시 봐라." 말해줬다. 근데 도시국가 진짜 작다. 인상 안 깊었다.
내가 뭐라 했냐? 코린트 찍고 뮈케네 열심히 봐도 1시간도 안 걸렸다. 다 쓰러진 돌무더기 보는데 뭔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린다고.. 이러면 올림피아 갈 수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까 이선생이 또 나보다 더 올림피아를 가고 싶어했다. 또 나보고 밟으라고 했다. 근데 그 전에 퀴클롭스의 무덤만 가보자고 했다. 퀴클롭스는 포세이돈과 암피트리테 아들 외눈밖이 괴물. 오디세우스가 죽인 그거 아닌가. 아 무덤이 여기 있나? 빨리 올림피아 가고 싶다. 이러면서 이선생이 운전하는 차에 탔다. 근데 이선생 이양반이 구글맵을 보고 포장이 안 된 과수원길로 차를 몰았다. 이게 차체도 낮고 바퀴도 작고 그러니까 아무리 천천히 달려도 빠각빠각 소리가 나는데 밑에가 다 긁힐 것 같았다. 갈림길이 나왔는데 지금보다 더 엉망인 길로 가면 퀴클롭스의 무덤이 있고, 그냥 딱 지금만큼 엉망인 길로 가면 과수원을 지나 빠져나갈 수 있다고 한다. 이선생도 차가 갈리는 걸 느꼈는지 그냥 가자고 했다. 길 오른쪽에는 올리브를 키우고 길 왼쪽에는 귤을 키우는 그런 농장이었다. 우리가 거의 큰길 까지 다 왔을때 농부들이 귤 상자를 트럭에 싣고 있었다. 비켜주시길래 따봉을 날려주고 큰길로 돌아왔다. 중간 고속도로 주유소에서 이이로스를 두개 사고 주유도 하고 운전자를 바꾸고 플레이리스트도 바꿔서 올림피아로 향했다.
<올림피아>
올림피아에 가까워 지니까 또 길이 깊은 계곡, 높은 산, 좁은 길로 변했다. 구름을 통과해서 가야 하는 그런 길이었다. 진짜 높은 산꼭대기에 큰 마을이 있었는데. 그 마을 주위에서는 양치기 개가 차를 세우면 서야 했다. 그러면 양떼가 길을 건넌다. 양치기 개들은 눈이 살짝 맛이 가있다. 그냥 작은 강아지들처럼 단순한 생각만 하는 그런 눈이 아니었다. 너무 깊어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겠고. 차를 세울 때는 운전하는 사람을 무표정하게 계속 보고 있는데 한눈을 팔지 않는다. 창문 내리고 인사를 해 봤는데 꼼짝도 안 한다. 물릴 것 같아서 다시 창문을 닫았다. 지나가다가 총든 사람도 봤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산적이었다. 아님.. 사냥꾼이었을 거다. 근데 총을 저렇게 잘 보이게 가지고 다니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올림피아 마을에 도착했다. 반대쪽으로 도착했다. 원래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입장료 안 내는 구멍으로 들어왔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쳐다봐서 안내소에서 주차장 어디냐고 물어봤는데. 안 물어 봤으면 입장료 없이 입장할 수 있었을까? 올림피아에는 올림픽경기장, 올림피아 무도관, 제우스 신전, 헤라 신전이 있다. 딴 것도 더 있겠지. 근데 내가 어케 아노?? 유명한 것만 알지. 오랜만에 평화로운 공원같은 유적지였다. 근데 보통 이런 아주 오래된 유적지들은 관광지로 개발되기 전에 농장으로 먼저 사용이 되었던 것 같다. 유적지 안에 올리브 농장이 있는 것 같다. 뭐 여튼. 이 올림피아라는 곳에는 슬픈 전설이 있는데, 나는 전설 같은 건 믿지 않는다. 올림픽경기장에서 달리기 시합 한번 하고 숙소가 있는 칼라바카로 출발했다.
이때즘 이선생의 아이폰이 완전히 맛이 갔다. 원래 오래 사용한 전화기었는데, 카플레이 연결하느라 과부하가 걸렸는지. 터치도 안 먹고 켜지지도 않는다고 했다. 근데 공기계를 하나 들고왔다고 하니 다행이다. 어쨌든 이 시점부터 차를 반납할 때까지, 내 전화기만 연결을 하기로 했다.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계속 틀 수 있게 되었지. 히힛.
<칼라바카>
칼라바카에 예약한 숙소는 우리 여행 중 가장 비싼 돈을 주고 예약한 숙소였다. 별이 4개. 별이 없는 호텔로 그리스 호텔은 조식 수준이 상당히 높았는데, 얼마나 좋은 조식을 제공받을까? 일단 주차는 호텔 갓길에 하면 된다고 했다. 호텔에 들어오니 바로 웰컴 과자가 있는 것 아님. 바로 버억 했다. 아니 체육관도 있다. 방에 들어가보니 냉장고에 1인당 콜라, 스프라이트, 환타, 생수가 한 병씩 있었다.
이선생이 저녁을 먹기 전에 칼라바카 성을 성 아래까지 가서 보고 오자고 해서 나갔다. 비가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우산을 챙겼지. 근데 해가 다 지고 무슨 성을 볼 수가 있나. 나는 안 보이고 멋도 없었던 것 같은데. 이선생은 조명에 비친 성벽이 멋있다며 사진을 많이 찍었다.
저녁은 또 이탈리아 음식점에 가서 먹었다. 나는 남이 해준 아마트리치아나를 먹어 본 적이 없어서 아마트리치아나를 시켰고, 이선생은 칼라바카에 온 김에 해물을 먹고 싶다고 하여 비스큐 소스가 들어간 새우 파스타를 시켰다. 이집은 식전빵이 화덕에 구운 피자도우였고, 빵과 같이 먹는 소스는 진한 하얀 딥핑소스였는데 이 식당에서 이게 제일 맛있었다. 비도 오고 날씨가 따뜻해서 빗소리 들으면서 먹으려고 야외 테이블에 앉았는데 고양이가 많다. 고양이한테 음식으로 유인하면 같이 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인간들에게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사장님이 주문을 할때 어디서 왔다고 물어봐서, 한국에서 왔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 사장님이 우리 아내가 한국이랑 가까운 곳 출신이라고 했다. 아내가 하바롭스크 출신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런지 아마트리치아나는 별로였다. 아. 그리고 돼지고기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그건 맛이 기억이 안 난다.
이번 호텔의 조식은 5층. 역시 가장 좋은 곳을 밥먹는 공간으로 만드는구나. 이집은 꿀이 정말 맛있었다. 굴이랑 요거트. 요거트가 터키 음식이라고 하는데 그리스가 더 맛있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그릭 요거트, 그릭 요거트 하는 게 아닐까. 하루 더 자고 싶었다.
<스파르타(메넬라이온)-미스트라스>
이 날은 아테네에 들어가서 차를 반납하는 날이었다. 이 날은 스파르타 근방에 있는 메넬라오스와 헬레네의 무덤인 메넬라이온을 살짝 보고, 스파르타 고고유적을 살짝 갔다가, 미스트라스의 동로마 유적을 보러 가는 것이다. 이선생은 미스트라스를 보러 왔다고 했다. 미스트라스가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난 미스트라스는 여행 춘비하면서 이선생한테 처음 들어봤다.
칼라바카에서 스파르타로 넘어가는 길이 두 개가 있었는데 산을 돌아가는 고속도로, 산을 가로지르는 국도. 산을 가로지르는 국도는 그리스에서 가장 험한 산지지만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라고 알고 있었다. 산을 가로지르기로 했다. 아침에 스파르타 방면으로 가려면 해가 정면에서 비치기 때문에 선글라스를 반드시 챙겨야 생존할 수 있다.
메넬라이온으로 갔다. 와 가는데. 유적지 입구부터는 과수원 비탈길인데, 길이 한국 등산로에 차 많이 지나다니면 바퀴 많이 닫는 부분만 깊게 파이는 것처럼 그렇게 돼있었다. 근데 큰 트럭 다니는 길이라 우리가 빌린 차랑 바퀴 간격도 안 맞았고, 웅덩이도 생겨 있었다. 그러니까 올라 가는데 차 밑에서 빠각 빠각 소리 나고, 막 차가 기울고 그랬다. 목숨은 여기서 진짜 걸었다. 그렇다고 중간까지 와서 빠꾸로 내려 갈 수도 없어 계속 올라갔다. 과수원 안에 돌무더기 두개가 있었다. 대신 꽁짜잖아. 이 돌무더기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나는 전설 같은 거 믿지 않는다.
스파르타 고대 도시 유적지에도 갔다. 스파르타 시내에 있는 올리브과수원 안에 있었는데 과수원 안에 있다는 점은 올림피아 유적이나 메넬라이온이랑 비슷했다. 원형 극장에서 현대 스파르타시가 잘 보였다. 이것도 주차비랑 입장료 안 냈던 것 같다. 투키디데스가 후세대 사람들이 스파르타에 왔을 때, 스파르타가 얼마나 위대한 나라였는지 알 수 없을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나도. 안 인상 깊었다.
미스트라스. 험한 산 꼭대기에 있는 비잔틴 성. 요새? 여긴 슬픈 전설이 있다. 나는 전설같은 건 믿지 않는다. 이선생은 완전 신나가지고 상부 하부 다돌아보고, 나는 상부만 보고 차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스가 재밌는 것은 현대 그리스 국기만 걸어놓는 게 아니고 관공서나, 유명관광지에 노란색 바탕에 독수리가 그려진 로마 국기, 보라색 바탕에 십자가와 BBBB가 그려져있는 로마 국기 항상 이렇게 세 개를 걸어놓는다는 것이다. 진짜 로마를 계승한 나라로써 그런 깃발을 걸어놓는 걸 좋아하고 재밌어 하는 것 같다. 미스트라스에서는 당연히 비잔틴 유적이니까 로마를 상징하는 깃발은 전부 다 볼 수 있었다. 인상 안 깊었다.
<아테네>
이제 진짜 아테네로 가서 차를 반납해야 했다. 이선생은 또 늦을까봐 불안해서 정신을 못 차렸다. 그래서 중간에 운전자가 나로 바뀌었을때, 나는 기름이 얼마 없으니 연비운전 할거라고 평소보다 더 느리게 달렸다. 아테네 다 가서 고속도로 출구 쯤 되니까 차가 엄청 막히는데 도착예정시간은 늘어나고 full to full이라 주유도 해야 해서 불안해졌다. 그 때부터 좀 열심히 달렸는데 한 5분 남기고 헤르츠 에이전트 건물에 도착한 것 같다.
이선생이 큰 도시 가면 한식당 가자고 해서 한식당으로 갔다. 도시락 이라는 한식당. 문을 열었는데. 정면의 한국인 커플, 그 중에 여자가 반갑게 손 인사를 한다. 뭐지? 아는 사람인가. 어디서 본 얼굴같기도 한데. 이선생도 "어디서 봤는데?"라는 표정. 뭐지 고등학교 친구인가. 근데 표정이 썩어있었다. 맛없다고 그대로 나가라는 뜻. 이었다. 얼마나 맛없으면 처음보는 사람한테 저렇게 까지 알려줄까. 근데 보통 여성분들이 너무 반가워서 인사할 때 얼굴을 찌푸리지 않나. 난 인사인 줄 알았다. 근데, 이선생은 지금 한식을 못 먹어서 정신상태가 맛이 간 상태였기 때문에 그 여자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았다. 그냥 앉아서 메뉴를 보는데, 계속 그 여자가 돌아가라고 수신호를 보냈다. 여튼, 우리가 음식을 시키고 기다리고 있는데, 이 커플 양반들은 계산을 하고 나가고 있었다. 통유리를 통해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우리보고 나가라고 했다. 남자도 그 때는 나가라는 사인을 줬다. 난 해물전, 밥. 이선생은 제육, 소주를 시켰다. 음식이 나와 먹어봤다. 해물전에서 감자전 맛이 났다. 제육에서 닭갈비 맛이 났다. 제육은 처음에 싱겁고 매운 맛만 있었는데 식으니까 짠 맛, 단 맛이 강해지면서 맛있어 졌다. 아무래도 음식에 매운맛을 더해주는 고추가 한국의 고추랑 달라서 매운맛이 드러나는 양상이 달라 다른 맛들이 그 매운 맛을 뚫고 나오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커플들도 맛이 없다고 느낀 것 같다. 근데 맛이 없긴 했어요.
그날 아테네 숙소로 가는데 속이 안 좋았다. 맛없는 감자전을 먹어서 그런 것 같다.
아테네 숙소는 특별한 점은 없었는데 그냥 방이 넓어서 좋았고, 아크로 폴리스와 호텔 사이에 예쁜 번화가가 있는데 거기랑 가까워서 좋았다. 아침 먹는 곳은 8층, 이 호텔에서 가장 높은 층이었다. 8층이 전부 다 식당이었다. 역시 먹는데는 진심이야. 여기는 모과청, 요거트 조합이 맛있었다. 아크로폴리스는 안 보였지만 페리클레스가 만든 하얀 도시 컨셉의 하얀 도시 전경이 잘 보였다.
지금까지 열심히 여행 했으니까 아테네에서는 늦게 일어나서 아크로폴리스로 갔다. 날씨가 얼마나 따뜻한지, 패딩도 버리고 바람막이만 입고 출발했다. 마침 점심식사 시간이었는데 조용한 정육점 식당이 보였다. 구글 평점을 보니 스코어가 좋았다. 들어갔는데 아시아 사람들이 많다. 아주 좋다. 중국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따로 앉아있어서, 어 저사람들 싸우고 따로 앉아있나봐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그냥 일행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여자는 뭔가 유학생의 바이브로 앉아있었다. 이집은 일단 처음 들어가면 빵을 준다. 음식을 시켰는데 나는 그냥 제일 비싼 거 시켰고, 이선생은 토마토 많이 들어간 거 시켰다. 요리 이름은 모르겠는데, 맛있게 잘 먹었다. 이거 극찬 아니냐. 밥을 다 먹으니까 후식으로 요거트에 모과청을 얹어주면서 "디스 이즈 프롬 하우스"이렇게 말한다. 이거 진짜 개맛있었다. 먹고 있는데 일본인 가족이 들어와서 모둠 살루미에다 1인 1메뉴를 시켰다. 일본인 가족 성비나 연령대, 전반적인 사이즈를 봤을 때 뭔가 저 살루미를 다 먹을 사이즈는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기다리고 있다가 일본인들이 남기면 몇개 집어와야지 생각했다. 근데 이선생이 빨리 가자고 해서 일어났다.
식당 바로 맞은 편에 올리브유와 꿀을 파는 상점이 있어서 그쪽으로 들어갔다. 영어를 잘하는 젊은 아저씨가 올리브유를 이것저것 보여주면서 설명을 해줬다. 큰 불투명한 금속 재질 병에 들어있는 올리브유가 진짜 누가 봐도 고급 올리브유였는데, 가방 용량 때문에 살 수 없었다. 근데 이건 나중의 일이지만 이선생이 조지아와인 4병 사서 내 가방에 2병 넣었다. 어이가 없네. 그 아저씨도 그 올리브유가 상급이라고 했다. 올림피아산이라고 했다. 아저씨는 올리브 산지를 이야기 하면서 그 지역의 특징을 설명해주고, 그 지역의 유명한 곳을 소개해 줬는데, 다 여행을 하며 가본 곳이었다. 그래서 아는척 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영어가 생각이 안 나서 못했다. 이 때 기름을 샀어야 했다. 어쨌든 나는 크레타산 evo, 초록색 올리브에서 추출한 evo, 발사믹 세트를 샀고, 낫개로 칼라바카산 evo 2개를 더 샀다. 나중에 공항에서 똑같은 상표를 봤는데 공항은 여기보다 모든 제품에 20%를 더 붙였다. 그니까 난 좋은 걸 산 것이 맞다.
아크로폴리스 가는 길에 상점이 많았는데, 이선생은 여기서 엄청 뭘 많이 샀다. 기억에 남는 건, 여기서 가죽 잠바를 하나 샀다. 그리고 비잔틴 국기도 작은 버전으로 사려고 했던 것 같은데 원하는 사이즈가 없어서 못 산 것 같았다. 나중에 비잔틴 국기는 이선생이 피레아스 항에 갔을때 올림피아코스 축구단 머플러랑 같이 사왔다.
아무튼 아크로폴리스까지 힘들게 올라갔다. 아크로폴리스는 1인당 60유로였던 것 같다. 아니, 가격이 유적지마다 다른 게 어이가 없네, 규모는 델포이나, 올림피아나 다 거기서 거기에다가 결국 그냥 부서진 돌무더기 아님. 근데 아테네 시에서 혼자 불쑥 튀어나온 지대여서 그런가 이 위에 올라오니 바람이 엄청 불었다. 서로 이야기가 안 될 정도로 바람이 강했다. 올라오니 한국인들이 많았다. 아 한때 내가 "그리스 문화" 교양 수업 들으면서 진짜 열심히 아크로폴리스 구조 외웠는데 하나도 기억 안난다. 안에는 기둥이 몇개, 밖에는 기둥이 몇개, 도리스식, 이오니아식, 코린트식, 이런 거 다 외웠는데. 근데, 확실히 입장료 값을 못했다. 그리고 파르테논 신전 옆에, 기둥을 여성의 모습으로 만든 보물창고는 여행 책자에서 보이는 것 만큼, 절벽에 있지도 않았고, 크지도 않았다.
그 다음부터는 뭐 했는지 기억 안 난다. 내려왔더니, 아테네 아고라가 있었던 것 같다. 대충 아고라 주위로 둘러놓은 팬스를 따라 걸으면서 아고라 안을 봤다. 거기서 소크라테스가 소피스트들과 말다툼을 했다나 뭐라나. 소크라테스 조각상도 있었다. 뒤통수만 보였지만, 소크라테스 조각 옆에 한 사람의 조각이 더 있었는데, 보나 마나 공자겠지. 아님 말고가 아니라 이건 아닐 리가 없다. 아고라 팬스를 걷다 보니 어느새 아고라 입구까지 오게 됐다. 아고라도 돈을 받는다. 20유로 였던가. 이제 진짜 이런 비싼 입장료, 아무리 좋은 유적지라도 지겹다. 아마 이선생도 지겨울 것이다. 패스. 이후로 나는 일찍 호텔로 들어가서 흑백요리사2를 봤고 이선생 이 양반은 박물관 투어를 했던 것 같다. 아니다. 박물관 투어는 다음날이었던가. 박물관에 갔다가 일몰 때, 아크로폴리스 반대쪽에 있는 어떤 언덕에 올라가서 일몰을 보면서 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이 언덕에서 사람들 다보는데 키스를 하는 커플 하나가 있었다나 뭐라나. 하여튼 저녁식사 시간에 웬만하면 아시아 음식점에서 다시 보기로 했다. 이선생도 어제 그 한식당이 별로였던 모양이다.
와비-싸비 라는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니기리를 팔 것 같지만, 중식이나 동남아 음식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나는 웍질한 잡채, 밥. 이선생은 팟타이. 그리고 같이 시킨 거는 오랜지치킨! 후식은 후라이드 아이스크림. 후라이드 아이스크림이랑 오랜지치킨은 신기해서 시켰다. 이선생은 어렸을 때 미국에서 살아서 오랜지 치킨이 뭔지 알고 있었다. 나는 몰랐는데, 깐풍기처럼 바삭 딱딱한 닭튀김에다가 깐풍 소스에 오랜지를 듬뿍 넣어서 엄청 시큼달큼하게 만든 다음에 두 개를 웍에서 강정처럼 만드는 건 줄 알았다. 근데 뭔 맛대가리도 없고 바삭함도 없고 소스도 덜 발린 것 같은 러키 맥너겟이 나올 줄은 몰랐다. 잡채랑 팟타이는 너무 짰다. 밥이랑 콜라가 제일 맛있었다. 이선생은 내가 밥을 시킨걸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 후라이드 아이스크림은 아이스크림을 완자처럼 만들어서 튀긴 거에다가 호떡 안에 들어가는 설탈물을 토핑해 준 것이다. 맛있었는데 다 먹으면 죽을 것 같아서, 50%만 먹었다.
그리고는 밤에 쇼핑을 하러 다녔던 것 같다. 이선생 이양반이 축구 옷을 모으는 컨셉도 잡고 있어서, 그리스 국가대표 유니폼도 구해보려고 했다. 나이키 스튜디오 두 군대를 같이 다녀봤던 것 같다. 그리스 사람들은 축구 국가대표 유니폼을 사입을 만큼 국가대표 축구에 대한 열정은 없는 것 같다. 대신 농구 유니폼은 많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그냥 피레아스나 아니면 큰 아디다스 스튜디오에서 올림피아코스 유니폼을 산 다음에 황인범 마킹을 박는 게 어떠냐고 했는데, 올림피아코스는 너무 알려지지 않았다고 했던가. 어쨌든 사면 후회할 것 같다는 말을 했는데, 그 이유가 기억이 안 나.
<아테네 2>
나는 이날부터는 그냥 누워있었다. 이때부터는 그냥 다 질린다. 유적지라고 돈 엄청 받는 것도 질리고 걷기도 너무 힘들었다. 이선생은 일찍 나가서 박물관을 한번 또 돌고, 아마 피레아스로 갔을 거다. 피레아스가 그렇게 예뻤다고 하던데. 흑백요리사2도 재밌었다. 오랜만에 늦게까지 누워있으니까 좋았다. 오후 늦게 일어나서 전날 갔던 아크로폴리스 가는 길 번화가에서 올리브기름도 한 병 더 사고, 버스킹도 즐기고, 판도라에 가서 어머니 팔찌 참도 샀다. 하트 위에 그리스 국기 그려져 있는 걸로 샀다.
판도라가 붐비는 걸 그리스에서 처음 봤다. 판도라에 유럽의 2030 멋쟁이들이 남자친구 대리고 많이들 와 있었다. 남자친구들은 다 표정이 썩어있었다. 어쨌든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번호표 시스템이 있었다. 내가 번호표를 두 번이나 놓쳤다. 다른 거 하느라.. 세번째 때도 놓질번했는데 그때는 rage가 어느 정도 있는 상태였으니까. "니들 왜 나 패싱하냐?"해가지고 서비스를 받았다. 참이한 50유로 정도 했었다. 물건을 받았는데, 이게 또 여행 중에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 내가 지금 차고 있던 백금 팔찌에다가 끼우려고 했다. 근데 이게 참을 넣고 팔찌를 차려니까, 팔찌 고리가 구멍에 잘 안들어가서 낑낑대다가 참이 바람막이 소매로 들어갔다. 그래서 아주 천천히 팔을 안 움직이면서 바람막이를 벗고 있는데, 갑자기 참이 튀어 나와서 매장 엘리베이터 문틈새로 떨어졌다. 그래서 "어어어" 하니까 직원이 뭐 잃어버렸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참 일어버린 이야기를 하니까. 옆에 있던 멋쟁이 누나들이 "아아아"하면서 탄식을 한다. 부끄러웠다. 직원이 자기가 지하로 내려가서 찾아보겠다고 했다. 근데 문제는 뭐냐면 엘리베이터는 문이 2중인데, 엘리베이터 기술자가 손을 쓰지 않는 이상 겉문은 승강기가 있는 층에서만 열린다. 참을 찾으려면 지하층 겉문을 열어야 했는데, 겉문을 열려면 지하층으로 승강기를 보내야 했고, 지하층에 승강기가 있으면 겉문은 열리는데, 참이 들어간 공간으로 진입을 할 수가 없다. 종업원도 못 찾을 것 같다고 이야기해 줬다. 그래서 내가 "아아. 그럼 하나 더 살게요."했다. 그러니까. 됐다고 새걸 줬다.
이날은 판도라 번호 기다리면서, 무사카를 먹었다. 살면서 먹어본 음식중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어본 적이 있었을까. 무파사 위에 올라간 베샤멜 소스가 어떤 맛이었냐면, 백종원이 스트리트 푸드파이터2 나와서 카이막 먹었을때 했던 그런 말을 하고 싶은 맛. 최강록 "뭉게구름이 피어나고 두리둥실 춤을 춘다." 그 맛임. 피레아스에 있는 이선생에게 바로 무사카를 꼭 먹으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한 3시쯤 아테네 학당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테네 학당은 아테네 학당이니까. 지금 있는 아테네 학당은 플라톤이 만든 아카데미아랑 아무 상관이 없기 때문에, 라파엘로 산치오의 사도 궁전 벽화와도 아무 상관이 없다. 플라톤이 만든 아카데미아랑 아무 상관도 없는 건 아니고, 한국의 많은 대학교에서 플라톤을 명예 총장급으로 대우해 주는 것만큼, 딱 그것 만큼 상관이 있는 것 같다. 그게 아무 상관도 없는 건가? 건물 이름도 구글맵에서나 아테네 학당이지, 그냥 아테네에 있는 국립 학술원이다. 그리스가 오스만으로부터 독립을 했나? 어쨌든 독립을 하고 수도를 아테네로 정했는데, 아테네에 너무 인프라가 없어서 도서관, 대학, 학술원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했다고 한다. 그때 덴마크 유명 건축가에게 건축을 의뢰한 건물이라고 한다. 도서관, 아테네 대학, 학술원이 줄지어 있는데 셋 다 신고전주의 걸작이라고 한다. 하나는 도리스식 기둥, 하나는 코린트식 기둥, 하나는 이오니아식 기둥이라나.
아테네 학당 크레피도마에는 좌 플라톤, 우 소크라테스 조각이 있었다. 크레피도마 윗 단 바닥에는 우 지혜의 신 아테나, 좌 예체능의 신 아폴론의 원주가 있었다. 페디먼트 부분에는 아테네의 탄생 장면이 장식돼 있었다. 아테나 여신은, 대장장이신 헤파이스토스가 신왕 제우스 대가리를 도끼로 깨니까, 거기서 나왔다고 한다. "지혜는 힘이 아닌 노동과 이성의 결합에서 나온다." 이런 메세지가 있다고 들었다. 막 독립한 나라 최고 연구기관에 잘 어울리지 않냐. 멋있어서 그날 밤에 이선생과 또 와서 사진 찍었다.
사진 찍고 돌아가는 길에 이이로스를 먹었다. 이 이이로스 집 아저씨가 이로스와 수불라키의 차이를 알려줬다. 이 아저씨가 이선생 보더니 한국인이냐고 물었는데, 나한테는 한국인 아닌 것 같다고 했다. 내가 좀 별난 느낌이 있는 건 인정이다. 이 아저씨가 대뜸 한국인이냐고 물어본 이유가 있었는데, 이양반 올림피아코스 팬이다. 황인범을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자, 이선생이 가방에서 피레아스에서 그날 산 올림피아코스 머플러를 꺼냈다. 이 아저씨 신나서 올림피아코스라는 이름의 뜻을 알려주었다. 올림포스 산에서 내려온 사람들. 그래서 또 우리가, 우리도 리토호로에서 내려오는 길이라고 말해주니, 이로스와 수불라키의 맛의 비밀에 대해 발설해주었다. 아마도 대부분 아테네에 있는 관광객들은 섬에서 놀다 왔거나 섬으로 가는 것 같았다. 그러다 보니 그리스 육지 도시들을 여행하다 온 사람들을 더 재밌어 하고, 더 반겨주는 것 같았다.
<아테네 3>
이선생은 또 무슨 다른 언덕에 올라간다고 했는데 모르겠고, 나는 하루종일 누워있다가 아테네 학당에서 찍은 사진이 아쉬워서 한번 더 가서 또 찍었다. 보통 UHD 동영상으로 내 모습을 찍으면 표정이 자연스러워서 그렇게 찍는데, 갑자기 FHD가 더 좋은거 거 아닌가 싶어 FHD로 바꿨다. 근데 UHD가 FHD 개선된 버전임. 근데 아무리 UHD로 해놓고 똑같은 장소에서 찍어도, 시간과 날씨가 어제와 달라서 내가 원하는 딱 어제랑 똑같은 느낌은 안 나왔다.
저번에 프롬 하우스 요거트 받은 집에 또 가서 음식을 먹었다. 이번에는 제일 비싼 돼지고기 스테이크인가를 시켰는데. 그냥 두꺼운 베이컨 같은 게 나와서 좀 아쉬웠다. 다 먹으니까 또 하우스 요거트를 줘서 받아먹었다. 생각해 보니까 좀 엄청 로컬한 뭔가를 못 먹은 것 같아 아쉬웠다. 그래서 바로 초절임 멸치를 시켰다. 나니까 좋아하면서 다 먹었지. 보통사람을 두 번 먹고 손 뗀다. 그런 맛이었다.
이렇게 그리스 여행을 마무리 하고, 조지아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출발했다. 조지아가 가장 중요하다. 이선생을 조지아로 꾀어냈다. 이선생은 조지아의 카즈베기를 가고싶어 했다. 이선생이 살짝 흥분을 해서 각오를 단단히 해야 했다.
캐리어 두 개를 들고 공항철도를 타러 가는데, 지하로 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없었다. 발이 너무 아픈데.. 근데 어떤 행색이 누추한 아저씨가 내 캐리어 두 개를 번쩍 들어올리더니 들고 내려갔다. 아니.. 제발 내려 달라 그랬는데. 끝까지 들고는 "헤이 아이 두 디스 에브리데이. 유알 투어리스트. 아이 캐리." 이러고 갈 길 갔다... 아무튼 공항에 잘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