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아직 연애를 못 해보셨나요?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둘씩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엄마가 대학 가면 얼굴도 예뻐지고 연애도 실컷 할 수 있다고 했는데, 왜 난 그렇지 않은 건지. 참 이상하다.
중고등학고 동창생들의 카톡 프로필은 연인 사진으로 수시로 바뀌지만, 내 프사는 아무것도 없음.
괜히 내가 특별해진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요즘 들어 세상엔 내가 모르는 것들 투성이로 가득 차있는 것 같다. 드라마에서는 온통 사랑이야기, 연애이야기다. 가족에 대한 사랑, 친구의 대한 사랑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을 보면서 아직 내가 보지 못한 사랑도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잊고 있었던 사랑도 있다는 걸, 한 번쯤은 나도 해보고 싶은 욕심나는 사랑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어떻게 보면 드라마가 다루는 내용은 결국 사랑인데, 사랑이라는 한 단어에서 나오는 힘이 얼마나 큰지 그를 주제로 한 이야기와 노래들은 끊임없이 나온다. 이 정도면 세상이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주고 싶어 미쳐버린 게 아닌가 싶다.
아직 연애를 못 해봤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사람들은 놀란 표정을 짓는다. 왜요? 짧고 굵은 질문이지만 상대방을 작아지게 만드는 신기한 문장. 내가 마치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그러게요. 알고 있으면 지금 제가 이러고 있지 않았겠죠? 하고 싶은 말은 삼키고 그냥 하하 웃어버리고 넘겨버리게 된다.
연애가 게임 퀘스트처럼 정해진 나이에 꼭 깨부수어야 하는 미션도 아닌데, 언제부터 연애에 조급함을 느끼게 되었을까. 돈, 사랑, 아파트, 커리어. 생각해 보면 우리는 잘해야 하는 게 많은 것 같다. 이만큼의 나이가 차면 돈은 어느 정도 벌어야 하며, 이 시기에는 아파트 하나는 꼭 장만하는 게 중요하고, 연애도 몇 번 이상은 해야 보는 눈이 높아진다고 하니까. 그럼 그 속에서 나를 위한 퀘스트는 하나라도 없는 걸까.
아직 나는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있어본 적이 없으니 외롭다는 느낌도 모를뿐더러, 지금 사랑을 하고 있지도 않다.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급하게 밀어 넣으면 탈이 나는 것처럼, 일이든 인간관계든 사랑이든 급하게 뛰어들면 그도 당연히 탈이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탈이 나면서까지 무모하게 도전해야 할 이유는 없다. 나에게는 떠나고 싶은 새로운 세상이자, 중요한 일들이기에 그만큼 신중해지고 싶은 마음인 것이다.
누군가와의 미래를 상상하게 되고, 드라마 속에 나오던 사랑이야기가 내 이야기가 되고, 문득 외롭다는 감정을 알게 되는 날이 오면 그때가 내가 사랑을 시작하게 될 날이 되지 않을까. 사계절 내내 뺨을 스쳐가는 바람과 파도가 만들어내는 물살과 시시때때로 표정이 변하는 하얀 구름처럼, 그저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나를 놓아두고 싶다. 그냥 내 속도대로 내가 마음이 가는 대로 그저 가만히 두고 바라보고 싶다.
그러니 우리 더 이상 조급해지지 말자. 늦음도 빠름도 정답이 아닌 세상에서 각자의 걸음으로 나아가자. 그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우리를 정답으로 이끌어 줄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