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음악함
내 음악함에는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가 없었다.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는 이런 것들이 있다. 비련, 봄날은 간다. 낡고 서글픈 이야기. 오랫동안 그 누구의 손길이 닿지 않아 먼지가 수북이 쌓여버린 금고 같은 노래들. 녹슨 논잡이가 망가질까 천천히 돌려 금고를 열어보면, 너무 아껴서 사용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남겨두었던 물건들이 가득 있을 것 같은 노래들.
들을 때마다 마음이 가라앉고 깊어지던 멜로디. 그리고 어둠으로 가득 찬 창 밖을 바라보며 가만히 노래를 듣고 있던 엄마의 옆모습.
엄마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예전에 나와 함께 노래를 들었던 조금 더 젊은 날의 엄마를 만난다. 그땐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수많은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 길게 늘어진 시간을 가로질러 엄마에게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