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가 하고 싶지 않지만, 내가 하겠다고 손을 든다.
상대방이 무심코 내뱉은 문장에 기분이 퍽 상해버려도, 아무렇지 않은 척 웃는다.
내 마음속에는 가면들이 많아. 파아란 눈물방울이 뺨을 타고 흐르는 가면, 눈꼬리가 반달처럼 휘어지게 웃는 가면, 아무 표정도 없이 정면만 응시하는 듯한 가면. 내가 가장 많이 쓰는 가면은 눈꼬리가 반달을 닮은 가면과 표정이 없는 가면.
사람들은 내가 웃고 있는 가면을 쓰고 있는 순간을 가장 좋아한다. 괜찮지 않아도, 상처받아도, 눈물이 막 터져 나올 것 같아도 가면을 쓰면 알아차리지 못한다.
마음이 불안해지고, 사람들 앞에서 내가 자꾸만 작아지는 듯한 기분이 들 때면 표정 없는 가면을 쓴다. 이러면 불안해지는 내 마음을 아무도 발견하지 못할 테니까.
그런데 자꾸만 너의 앞에만 서 있으면, 가면을 벗게 되는 것만 같다. 반달 가면을 쓰고 있지 않아도 내가 웃고 있고, 눈물을 흘리는 가면을 쓰고 있지 않아도 내가 울고 있었다. 가면 뒤에 꽁꽁 숨겨두었던 내 표정들이 터져 나와 자유롭게 세상 앞에서 춤을 춘다.
사소한 행동 하나에 서운한 마음이 들면, 너에게 괜한 심술을 부리게 된다. 너랑 마주 보고 있으면 쿡쿡 웃음이 자꾸 터져 나온다. 괜찮다고 거짓말을 해도, 표정과 말투가 툭툭 삐져나와 널 찌르려고 한다.
유일하게 가면을 벗고 있는 그대로 춤을 추는 순간은 너와 함께하는 시간. 나에게 자유를 선물하는 사람.
너라면 이 춤을 영원히 출 수도 있을 것만 같다는 끝없는 약속을 내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