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건, 그리운 것들이 더 늘어나는 것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들이 머릿속에 가득해서 버겁다는 생각이 들면,
예전 생각이 떠오른다.
하늘이 붉은빛으로 차오를 때까지 동네친구들과 뛰놀았던 약국 앞 놀이터, 학원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보았던 나란히 줄지어 붙어있었던 아파트와 빌라들, 머리를 감고 물기가 뚝뚝 떨어져 어깨가 젖어가는 것도 모른 채 정신없이 보았던 짱구와 도라에몽, 밥 먹자라는 엄마의 말에 후다닥 달려 나가 보면 볼 수 있었던 김이 퐁퐁 솟아나던 저녁식탁.
그 당시에는 당연스럽게 보냈던 평범한 일상들이, 지금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먼 추억이 되었다는 사실만을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왜 잃어버려야 뒤늦게 소중함을 알게 되는지, 그렇기에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삶이 길어질수록 점점 쌓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만약 타임머신이 있다면, 그 시간으로 돌아가 다시 작은 아이가 되어 하루를 살아보고 싶다.
나와 동생이 즐겨보던 만화책들로 가득 찬 책장과 빨강 바탕의 촌스러운 옛날 벽지와 구수하고 따뜻한 냄새가 나던 이불 냄새를 다시 한번 더 만나고 싶다. 지금보다 세월의 빗금이 덜 그어진 아빠의 얼굴을 바라보고 싶고, 나보다 더 큰 엄마의 등 뒤에 업혀 편안하고 재미난 꿈을 하나 꾸고 싶다. 윗니 유치가 빠져 맹구 얼굴이 되어버린 동생의 동그란 정수리를 쓰다듬어보고 싶다.
그때가 참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