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by 심심한 소녀



아깝지 않아요?

무엇이든 그냥 내어주는 거 말이에요.


내가 가진 돈, 언어, 시간, 잡다한 것들.

대가도 없이 툭하고 건네줄 수 있는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당신은 마음이 가득하구나.

이들 중 하나를 움큼 내밀어 주어도 마음은 온전히 그대로 구나.


가득한 마음은 아득한 것이구나.

세잎클로버 속 네잎클로버 같은 사람이었다.


나는 그냥 줘.

그래도 돼.


난 그게 안 돼요.

자꾸만 아까워요.

제가 아직 철이 안 든 꼬마인 탓일까요.


인상으로 그을린 주름만 보고 멋대로 해석했다.

주름 안에 드리워진 세월을 놓쳤다.


난 언제쯤 당신을 닮을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간다.

당신은 이내 더 멀어진다.


당신이 바다가 되고

바람이 되고

새가 되어 더 멀리 날아간다.


그때가 되면

당신은 더 행복해질까요.


이만 더는 흘러가지 마요.

한철이 지나면 다시 돌아오는 철새처럼.

잎새달마다 새싹을 틔우는 진달래처럼.


당신은 이곳에.

나는 여기에.

오래 두고 볼게요.


내가 당신이 되고

내가 아이가 된 당신을 품에 안을 수 있을 때까지.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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