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지식 산업은 퇴보하는가?

성공처럼 보이는 실패, 진보처럼 보이는 퇴보

by 글 쓰는 흰둥이

제목이 꽤나 자극적이다. '지식 산업의 퇴보'. 현대의 지식 산업은 최전성기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지식 산업의 퇴보가 인간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란,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는 비관론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당당히 주장하고 싶다. 현재 우리의 지식 산업은 퇴보하고 있다.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이라면 어떤 산업의 퇴보를 무엇으로 정의 내리는가. 단연 그 산업의 전망과 경제 규모일 것이다. 지식 산업은 이 시대에 가장 잘나가는 산업 중 하나이다. 인류가 글자를 읽기 시작한 이래로 지식 산업은 퇴보의 길을 걸은 적이 없을 것이다.


인터넷이 발명되고 난 이후 지식 산업의 성장력은 폭발했다. 구글은 세계에서 손꼽히게 돈이 많은 기업이 되었으며, 구글의 정보를 바탕으로 전자상거래와 광고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이제는 AI 산업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인간들은 어떠한가. 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언제나 친절한 구글에 물어본다. 요즘은 AI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이 작은 모니터 속에 온 세상이 연결되어 모든 정보를 주고받는다. 네트워크 속 정보들이 얼마나 많이 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이다. 오죽하면 AI 발전으로 인해 미래에는 전력이 부족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이다. 이로 인해 배터리, 2차전지, 소형원자로와 관련된 에너지 산업이 또다시 각광받게 될 정도이다. 안전을 위한 탈원전이니, 환경을 위한 재생 에너지니 하는 현대 사회의 보편적 정의관에 따른 규범들을 무시한 채로 말이다.


세계의 경제가 결국 지식 산업의 발전을 위하는 방향으로 흐르며, 모든 경제 도구와 이론들이 한 곳으로 몰리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지식 산업이 퇴보하고 있다고 믿는가?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모든 사회적 옳음의 기준을 경제 요소에 빗대어 표현하기 시작했다. 개인의 성공도, 공동체의 성공도 모두 경제적 요소에서의 우월성을 전제로 한다. 물론 시기마다 고찰과 사유를 통한 가치 중심적 옳음을 주장하기도 했다. 허나 그런 것들이 오래가지는 못하는 듯 보인다.


민주주의의 단초가 되어준 프랑스 혁명은 세계 곳곳에 인간의 권리와 책임을 되새겨 주었고, 건국초기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내세웠던 미국은 현대에 이르러서 그명분을 앞세워 전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강대국이 되었다.(물론 미국이 자유와 인권이라는 대의명분만을 가지고 세계 경찰이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떠한가. 계급이 철폐되고 모두가 동등한 권리 속에 살아가는 듯하였으나, 기술 발전으로 인한 자본의 집적은 사회의 산업화를 촉진했고 우리는 산업 혁명을 맞이했다. 수많은 노동자가 굶주렸으며, 수많은 아이가 착취당했다. 우리는 진보하는 자본 속에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찰과 사유를 통해 모두가 동등한 세상을 꿈꾸었다. 많은 이들이 자본으로부터의 자유를 울부짖으며 구호를 외쳤고 글을 읽었다. 몇몇의 뛰어난 이들 덕에 획기적인 아이디어들이 발표되었고 사람들은 그것을 진리처럼 받아들였다. 사회주의 혁명이다.


어떠한가. 사회주의 혁명의 말로가 아름다웠다면 독자들에게 감상을 묻지 않았을 것이다. 사회주의 이념조차도 결국 자본에 구속된 역설적 아이디어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는 사회주의 국가들의 끝을 알고 있다. 그 덕에 미국은 전 세계 최강국이 되었으며, 본인들의 정의관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고 그렇지 못한 이들을 경제력으로, 군사력으로 회유하는 무뢰배가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전 세계적 이념 갈등의 불꽃이 되어준 프랑스의 현재는 어떠한가. 그들은 대중들이 울부짖었던 정의를 실현하고 있는가? 그들이 수호하고자 했던 자유를 손에 쥐고 있는가?


결국 우리가 겪는 수많은 문제와 갈등, 그리고 해결 과정과 결과까지도 모두 성장하는 자본 속에 구속된 채 실패를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요점은 결국 현대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자본으로 귀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생각해보자. 인간은 자본으로부터의 자유를 얻어내기 위해 수없이 발버둥을 쳐왔다. 결과적으로 매번 실패하였지만, 그것이 무의미한 것인가? 우리는 늘 성공처럼 보이는 실패를 겪었기에 개선점을 찾아 나갔다. 그것들이 성공처럼 보였기에 매번 희망을 얻었다.


오늘날 지식 산업은 더 많은 효율성과 더 빠른 소비를 약속한다. 그러나 그 효율성 뒤에 감춰진 것은 인간을 위한 사유와 성찰의 상실이다. 지식은 본래 인간을 자유롭게 만들고 서로를 풍요롭게 하기 위한 도구였다. 하지만 지금의 지식은 자본의 언어로만 번역되며, 대중의 욕망을 자극하는 값싼 상품으로 전락했다. 결국 지식 산업은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명백히 퇴보하고 있다.



(해당 글에 삽입된 삽화는 글의 분위기와 테마를 살리기 위한 ai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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