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이라는 연대, 갈등이라는 가면

갈등은 자본이 기득권을 유지하는 가장 영리한 방식이다.

by 글 쓰는 흰둥이

세대 갈등, 젠더 갈등, 소수 약자에 대한 차별은 과연 우리가 보고 느끼는 그대로의 문제일까?


먼 과거의 사회에는 명확한 계급이 존재했으며, 인간은 그 계급에 따라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으로 분류되어 살아왔다. 인간에게 계급이 부여되는 조건은 다양하지만, 궁극적으로는 특정 개체나 집단이 다른 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력(해)을 가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법도 규칙도 없던 원시 사회에서 그 능력은 개별 개체가 지닌 무력 그 자체였고, 이들이 무리를 이루기 시작하면서 무리를 유지하기 위한 '연대 의식'이 계급의 핵심 조건이 되었다.


고대 인류는 생존을 위해 타인과 협력했고, 그 협력을 지속하기 위한 약속을 만들었으며, 약속을 통해 지켜내야 할 소유물이 결합하면서 연대 의식이 발생했을 것이다. 이러한 연대 의식으로 무장한 집단과 그렇지 못한 개체의 만남은 처절했다. 무리는 단독 개체를 약탈하고 짓밟으며 생명을 위협했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체들은 무리에 흡수되거나 희생되며 나뉘었고, 연대를 공유한 무리는 계속 팽창했다. 그리고 무리 내부의 무력 순위를 중심으로 규칙이 세워졌다. 인류는 이런 방식으로 계급 사회에 도달했으며, 지배계층이 피지배계층으로부터 필수 물품을 착취하고 소유하게 되면서 자본의 개념이 발생한다.


개별 개체들이 연대한 본래 목적은 다수의 힘을 모아 필수 물품을 보호하거나 쟁취하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연대 자체가 곧 강한 무력이었으며, 집단이 소유한 잉여 물품은 그 집단의 무력을 계량화한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집단 내부에서도 잉여 물품의 소유량은 곧 개체의 무력을 나타냈다. 이러한 연대를 오랜 시간 유지하며 투쟁 없이 물품을 소유하기 위해, 개체 간에 합의된 '노동 활동'이 시작된다.


이로써 자본(잉여 물품)을 가진 개체는 합의하에 노동에서 제외되었고, 이는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을 나누는 명확한 기준이 되었다. 자본은 후계자에게 세습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논리는 변화하기 시작한다. "강한 무력이 많은 자본을 얻는다"는 공식이 "많은 자본을 소유한 것이 곧 강한 무력을 가진 것과 같다"로 치환된 것이다. 이처럼 연대의 수단(무력)과 목적(생존·자본)이 서로 뒤바뀌면서 인류는 자본의 지배를 받기 시작했다. 자본에 따라 권력이 발생하고, 그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정치가 시작된 것이다.


자본을 세습한 지배계층에게 더 이상 개별 개체의 무력은 필수 요소가 아니게 되었다. 자본력이 생존과 지배의 핵심 가치가 되자, 이들은 자본을 흡수하고 유지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과거의 권력은 무력이 강한 자에게 세습되었으나, 자본이 연대의 매개체가 된 이후 세습의 양상은 변했다. 이제 권력과 자본은 자신에게 충성하는 자, 같은 부류로서 의견을 일치시킬 수 있는 자, 혹은 자신의 기득권을 보호해 줄 수 있는 자들에게 세습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자본과 권력의 편중된 세습은 현대에 이르러 '정의, 평등, 공정'이라는 가치 아래 세대 갈등, 젠더 갈등, 약자 차별 등의 모습으로 분출되고 있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기득권 세력이 교체될 때, "누구에게 물려주어야 내 기득권이 더 오래 유지될 것인가"라는 계산에 따라 후계자가 정해진다는 점이다. 이는 성별이나 태어난 순서(세대)의 문제가 아니다. 과연 우리가 기득권 세력이 되었을 때, "나는 기존 세력과 다르다"라고 단언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진정으로 마주하고 타파해야 할 대상은 남성이나 여성, MZ세대나 X세대가 아니라, 인간을 소외시키고 지배하고 있는 '자본 그 자체'가 아닐까.


(해당 글에 삽입된 삽화는 글의 분위기와 테마를 살리기 위한 ai창작물입니다.)

이전 09화정의로운 삶을 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