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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델 Feb 21. 2024

도저히 사랑할 수 없었던 도시, 서울

10년을 넘게 살았어도


정확히는 산 지 10년도 더 넘었다.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서울에서 살아왔지만, 도무지 이 도시를 사랑할 수가 없었다.

아니, 사실 서울의 탓만 할 것은 아니다.

나는 어쩌면 대한민국 그 자체를 싫어하는 지도 모른다.

그냥 세상 자체가.


나는 극도로 예민한 사람이다.

외출도 잘 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혼자서만 한이 많은 인생이었다.

과거의 내 모습들을 생각하면, '그렇게까지 비극적으로 생각할 건 없지 않아?'라는 생각도 들지만,

당시의 내게는 방에 틀어박히거나 사람들과 관계를 단절하는 것이 나의 존재를 지키기 위한 하나의 생존방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비난하지는 않기로 했다.


서울에 10년을 넘게 살았어도 사실 지리도 잘 모른다.

살았던 동네나 그 주변만 좀 알지.

사람들이 "아, A역? B역에서 3역 정도 가면 있잖아." 라고 말하는 것에 위축될 때도 있었다.

"거기 가려면 XX도로 타고 XX로로 빠져나오면 되잖아." 당연한 듯이 이야기하는 것들에, "아 정말?"이라는 뻔한 대꾸를 하면서도 '그걸 알고 있는 것이 당연한 건가?'하는 조바심을 언제나 맛보고는 했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고,

또 그동안에도 여러 일이 있어 소모된 체력을 회복시키겠답시고 언제나처럼 방에 틀어박혀있다가 불쑥 억울함이 치밀었다.

난 왜 맨날 방에만 있어야 해?

(아무도 그러라고 한 사람이 없는데도...)

그런 치기어림에 오늘은 방을 뛰쳐나간 이야기를 몇 자 적어볼까 한다.


목적지는 삼성역이었다.

나는 그동안 서울에서 뚜벅이로 사는 것에 큰 불만이 없었는데,

곧 대학원을 다니게 되면서 자차의 존재가 간절해졌다.

차로 운전해서 가면 대학원까지 40분 정도 걸리지만, 이리저리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무려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 것이다.

성격은 또 불 같아서 "면허를 따자!"고 마음을 먹은 그 주에 삼성역 근처 강남면허시험장에서 필기시험을 치러 갔다.


하필이면 또 비가 내림..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이런저런 일상을 적으시는 분들 보면 사진도 잘 찍으시던데...

나는 영...ㅋㅋㅋㅋ 일이 다 끝나고 나서 "아 맞다!"하고 부리나케 찍는 경우가 많았다.


삼성역은 언제 와도 참 서울스럽다.

시원하게 뻗은 빌딩들이나 커다란 코엑스 건물만 봐도 그렇게 느낀다.

사실 코엑스 와본 적 별로 없다.



왜 사진이 다 사선이지??ㅋㅋㅋㅋㅋ

아마 정면에서 찍을 용기는 없었나보다...

아무래도 창피함.


와... 오늘 가는데 진짜 추웠다.

이번 겨울은 정말정말 따뜻한 편이라고 생각해서,

이러다 여름이 오질나게 더우면 어쩌나... 싶었는데. 오늘은 비도 오고 바람도 불어서 그런지 이가 딱딱 부딪힐 정도의 날씨였다.


필기시험은 예약까지 하고 갔는데,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도 접수하자마자 바로 올라가서 보라고 하셔서

그냥 봤다.

합격은 했다.

80점 ㅋㅋ 쓸데없이 열공하고 간 듯... 사실 집에서 할 거 없어서 문제만 열나게 풀었다.


그러고 그냥 집에 돌아오는 게 좀 뭐해서, 식사도 해결할 겸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사실 서울을 둘러보자는 생각은 예전부터 있었는데,

내가 서울을 사랑하기에는 10년을 넘게 살았어도 서울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고 느껴서...

서울에 대해 잘 알게 되면 이 도시를 조금 더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마치 오래도록 투숙하는 관광객처럼 서울을 바라보면 이 번잡한 도시에 그래도 애정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좌우지간 기분을 내기 위해 일부러 야후재팬에서 일본인 관광객이 삼성역에 관광을 온다고 가정하고,

검색하여 나온 웹페이지대로 움직여보기로 했다.

(쓸데없는 준비성..)


그래서 봉은사도(맨날 9호선 봉은사역으로 이름만 들었던ㅋㅋ) 한번 방문해보고 싶었는데,

오늘 날씨가 너무 추워서... 나는 탐험을 하고 싶은 거지 몸살이 나고 싶은 게 아니라는 생각으로 그만뒀다.

코엑스만 가기로!!!



여기는 코엑스의 가운데에 위치해있다고 볼 수 있는 별마당 도서관이다.

당연히 처음 와봄.

나처럼(?) 관광 온 외국인 분들도 많고, 사방에서 사진이며 셀카를 찍어서

나도 슬쩍...ㅎㅎ 찍어봤다.

(위에 사진에는 내가 안찍혀있는 거고;; 본인 찍은 건 개인소장중)


별마당 도서관은 예쁘긴 한데... 이게 과연 도서관으로서 기능을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하... 그냥 예쁘다~ 잘 지어놨네~ 이러고 넘어가면 되는데

이렇게 괜스레 깊게 생각하는 게 내가 예민한 이유겠지ㅠ


내가 코엑스를 마지막으로 온 게 언젠가 기억을 더듬어보니..

아마 코로나 전이지 않을까 싶다.

사실 코로나 전에는 이래뵈도 활발하게(라고 해봤자 한달에 한두번ㅋㅋ) 외출도 하고 그랬던 것 같은데...

코로나가 다 망쳤다.

집순이에게 변명할 수 있는 핑곗거리를 던져주니...

2년이 달콤하기도 했지만 더 사회에서 멀어져버린 계기가 되어버리기도 했던.


차치하고, 도서관 좀 구경하다가

혼밥할 수 있을 만한 식당을 찾아 헤매기로 했다.



그러던 중 발견한 고봉삼계탕...

왜 찍었냐 하면은... 전회사 사장님이 이 프랜차이즈를 정말너무 좋아해서...

항상 회식때 이 삼계탕집에 갔던 기억이 나서다 ㅎㅎ

맛있긴 한데 ㅠㅠ 거의 한 달에 한번 정도 먹다보니 좀 물렸던 기억. 그래도 맛있어서 회식이 지나치게 싫진 않았던 것 같다ㅋㅋ



그렇게 도착한 곳은 바로...  하오섬!!

사실 혼밥할 만한 곳 미리 찾아보고 갔지롱ㅋ 극J 인간은 어쩔 수 없는 것...

그래도 난 심하지 않은 J라^^ 중간에 더 괜찮아보이는 곳 있으면 그냥 거기 들어가려고 했다.



음식사진 잘찍는 방법 알려주세요 ㅠㅠ..

아마 많이 안찍어봐서겠지?? 자주 찍다보면 틀림없이 실력이 늘 거다.

(자문자답 무엇??)


어쨌든 하오섬에 들어간 건 대성공!!

음식이 정말 맛있었다.

난 집에서 밥을 잘 챙겨먹는 편은 아니라ㅋㅋ 이렇게 따뜻한 음식을 먹은 것만으로도 맛있다고 느꼈을 지도.

메뉴는 홍콩식 솥밥이었고, 시그니처였는데... 고기새우완자 덮밥? 뭐 그랬던 것 같다.

사실 완자는 그저 그랬는데 ㅎㅎ; 솥밥을 기가막히게 구워(?)주셔서

마지막까지 바삭바삭 누룽지로 먹고 나온 게 너무너무 만족스러웠다.


식당에 바 형식으로 된 테이블이 있어서, 나 말고도 혼밥하러 오신 분들이 많아서 용기를 내어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중간에 혼밥하시는 분들이 먼저 하나둘 자리를 떠나실 때 내심 초조했다.

좀만 더 있다 가주심 안돼요???ㅋㅋㅋㅋㅋㅋㅋㅋ

저 한입만 더 먹으면 되는데 흑흑


먹고 나온 시간이 직장인들 점심시간이랑 걸쳐서,

일행 3인 이상은 웨이팅하고 있을 정도의 맛집이더라...

처음엔 좀 쫄렸는데, 생각해보면...

나는 지금 직장인이 아니라?

남들보다 이른 점심시간에 이곳에서 홀로 점심을 먹고 있는 건데?

웨이팅을 할 필요도 없이? 이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거니까? 행복한 것이 아닐까?

슬프지 않아~ 슬프지 않아~


그리고 조금 걸어서 분위기 있는 카페(사진 안찍음, 당연함, 습관이 안되어있음)에서 커피 한잔 때리고 나니...

피곤하더라...ㅎㅎ

아... 내가 집 밖을 못나오는 이유는... 체력적인 이유도 있구나...

그래... 몸살까지 나는 건 좀 아니야... 이런 생각에 그 후론 집에 돌아왔다.

중간에 당근 통해서 기타도 사고ㅋㅋ

기타 산 이야기는... 혹시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하겠다.


오늘 느꼈던 점!


1. 생각보다 나들이가 할만 하고, 기분이 좋다.

2. 근데 사람은 걸음걸음이 돈이 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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