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가 전부는 아니니까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복직을 고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가해자였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는 일이었다.
학부모에게 사과하라고, 고개를 숙이라고,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서 있으라고 강요했던
그 사람이 아직 학교에 있다.
작년에 병가를 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가 병가를 낸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당신이라고
정확히 이야기했다.
사과를 들을 수 있었다면 참 좋았겠다.
하지만 기대는 없었다.
나이를 무기로, 경력을 무기로,
무슨 말이든 요구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나 같은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리 없었다.
그는 정확히 '그. 런. 말. 한. 적. 없. 다.'라고 했다.
아,
수많은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심호흡을 하고 전화를 걸었지만,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
역시, 쉽지 않다.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작년 그 사람과의 대화에서 나의 마지막 말은,
'그렇게 제가 해야 한다면, 죽을 것 같아요.'였다.
그 사람이 그런 강요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도대체 이런 뚱딴지같은 말을 왜 했던 걸까?
'상처를 준 사람은 상처를 준지도 몰라'
이것이 나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이길 바랐다.
복직 첫날, 저기 그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여어~~~ 이게 누구야~~"
하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가온다.
악수를 청하는 그에게
나는
손사래로 답했다.
그런 통화를 하고 나를 아무렇지 않게 대할 수 있다니.
그래, 좋다.
나는 참을 수 없는 그 사람의 가벼움에
오류가 되지 않은 나의 생각을 슬프게 바라봤다.
십수 년의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누군가의 악수를 거절해 본 적 없는
나에게
그의 악수를 거절한 일은 많이 씁쓸한 일이었다.
그러나
악수를 한다고 나의 학교 생활이 좀 나아졌을까?
오히려, 나는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더 괴로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도 괜찮다.
악수가 전부는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