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레 노이 하우스의 장편소설 중 하나, "사악한 늑대". 아동 성범죄를 다루는 이 소설은 끝맛이 쓰다. 소설 속의 '사악한 늑대'는 여전히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
넬레 노이하우스의 소설을 처음 접한 건 지난겨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추천받으면서였다. 작년 가을쯤, 지인에게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 있으면 추천해 달라고 했었다. 연말에 책을 몇 권 살 계획이라면서. 그랬더니 재미있어서 금방 읽었던 책이라며 이 소설을 알려주었다. 추천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궁금증에 도서관에서 대여를 했었다. 이렇게 두꺼운 소설은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책의 두께에서부터 부담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책을 옆에 가져다 두어도 잘 읽게 되질 않았다. 반납일이 다가왔고, 연장을 해도 당장은 읽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얼마 읽지 않고 반납을 했더랬다. 그리고 지난 연말, "사악한 늑대"를 구매했다. 온전한 내 책이기에 독서를 하기 위해 내게 한정된 시간은 없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은 방 년이 넘게 책장에 내리 보관만 되어 있었다.
책을 절반 정도 읽었을 때. 누군가 "무슨 책 읽고 있어요? 그 책은 내용이 어때요?"라고 물어보면 나는 할 말이 없을 것 같았다. "살인 사건이 발생해서 경찰들이 그걸 수사하는 도중에 또 다른 살인 사건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경찰들이 추가적인 사건까지 수사하게 되었어요." 독서 모임에서는 정말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읽은 페이지 수는 많은데 이렇게나 간단하게 정리가 되는 내용이라니. 조금 허무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책을 결말까지 읽고 나니 머릿속이 "!" 했다.
소설 도입부에서는 각 캐릭터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묶이기 전이기에 모두가 따로 노는 느낌이었다. 각 캐릭터의 이야기가 교차편집으로 진행된다. 강가에서 발견된 시체, 그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모든 인물들이 하나로 얽혔다. 그리고 연쇄적으로 일어나는 살인과 폭행 사건으로 모두가 한 곳에 모였다. 중후반부에서 속력을 가해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된다. 여기까지 읽으니 인물들이 하나하나 엮이며 동그란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처음에는 이야기가 느린 듯했지만 점점 속도가 붙으며 사건이 해결되는 느낌은 새로웠다. 호흡이 긴 장편소설의 즐거움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소설 속에서 아이들과 미혼모를 지원하는 재단의 실체는 아동 성착취 집단이었다. 이 사실이 사회에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살인과 폭력을 통해 자신들의 비밀을 지키려 했다. 결국 재단의 주요 인물들은 대부분 체포되었고, 사건에 휘말렸던 아이들이 구조되며 이야기는 끝난다. 내게 강렬했던 것은 소설의 에필로그다. 이 소설은 에필로그가 정말 끝이다. 재단의 주요 인물 중 하나였던 니키는 경찰의 포위를 뚫고 탈출한 후 스톡홀롬으로 간 듯하다. 니키를 마중 나온 사람이 독일에서 있었던 일을 언급하자 니키는 "컵 속의 폭풍일 뿐이야. 금방 조용해져."라고 말한다. 소설의 끝맛이 쓰다는 건 이것 때문이다. 흥미로운 이야기였고, 사회의 이면에 숨겨진 아동 성범죄를 떠올릴 수 있는 기회였다. 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금방 조용해져"라는 말이다. 어쩌면 몇몇은 실제로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어차피 이렇게 하면 감형받을 수 있는데, 나는 어차피 이러해서 처벌을 받지 않을 텐데, 어차피 사람들은 한순간 불타올랐다가 금방 사그라들어 기억도 못 할 텐데.
언젠가 인터넷에서 봤던 말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뜨거운 주전자 혹은 냄비라는 표현. 순간 뜨겁게 달궈졌다가도 금세 식어버린다는 말이다. 소설은 재미있었지만 마음은 찝찝하다. 나도 어떤 사건들에 대하여 한순간만 뜨거웠던 주전자였던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