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끝에서, 다시 형상을 묻다

2025년을 보내며

by 이사벨라


여는 문단


한 해를 닫는다는 것은, 달력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일이라기보다 내 마음의 방향을 다시 세우는 일에 가깝습니다. 무엇을 더 쌓았는지, 무엇을 더 증명했는지를 점검하기 전에—나는 누구를 닮아가고 있는지, 어떤 얼굴로 시간을 건너왔는지를 묻고 싶어 집니다. 성탄이 남긴 빛이 아직 식지 않은 이 계절, 저는 조용히 제 안의 ‘형상’을 다시 꺼내어 봅니다.


La Paz, Mexico (La Paz 성당)



한 해의 끝에서, 다시 형상을 묻다


한 해의 끝자락에 서면

나는 늘 같은 질문으로 돌아온다.

나는 무엇을 이루었는가가 아니라

나는 무엇을 닮아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집 책상 위에는 성경과 신학서가 겹겹이 쌓였다.

이레네우스, 어거스틴, 루터, 칼빈—

그 오래된 이름들 사이에서

나는 “하나님의 형상(Imago Dei)”을 다시 떠올린다.

학문적으로는 논문이었고,

신앙적으로는 나 자신에 대한 질문이었다.


하나님의 형상은 능력이 아니라 관계라는 말,

지배가 아니라 닮음이라는 고백은

머리보다 먼저 마음을 흔들었다.

나는 얼마나 성공했는가 보다

나는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글을 쓰는 시간은 늘 기도가 되었다.

브런치에 올린 짧은 에세이와 시들 속에는

완성된 신학보다

흔들리는 믿음과 조심스러운 소망이 더 많이 담겼다.

삶의 문장 사이로

하나님을 부르지 않고도

하나님을 향해 있는 글을 쓰고 싶었다.


돌봄의 시간, 여행의 시간,

아무 일도 하지 않은 것 같은 날들 속에서도

하나님은 조용히 계셨다.

앞서지도, 재촉하지도 않으신 채

“나는 여기 있다”라고만 말씀하시는 분처럼.


한 해를 돌아보며 깨닫는다.

성장은 언제나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온다는 것을.

신앙은 도약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방향이라는 것을.


이제 다시 새해를 향해 걷는다.

더 많이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금 더 닮기 위해서.

말씀을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말씀 안에 머물기 위해서.


한 해의 끝에서

나는 다시 형상을 묻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기도한다.


주님,

제가 당신을 닮아가고 있다면

이 한 해로 충분합니다.



2025년.

성탄이 남긴 빛을 마음에 품고, 저는 이 한 해를 조용히 접습니다. 그 빛이 새해에도 여러분과 저를 함께 비추길 바랍니다.


La Paz, Mexico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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