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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벨라 Sep 16. 2022

손님과 선물

     “손님”

     “선물 “

     “손님 “

     “선물?”

     귀가 잘 안 들리는 것인지 손님과 선물이라는 단어를 서로 전화기를 통해 조금은 외치듯이 말하고 있었다. 인호는 나에게 아이들에게 잘해주라며 “아이들은 하나님의…”라고 시작하였던 것이다. 나는 으레 선물이라고 했고 그는 손님이라고 나를 정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은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아이들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보내주신 귀한 손님이지.”라고 말하며 부모인 우리들은 하나님의 손님을 잘 대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인호는 내가 한국에서 중학교를 다닐 때 알게 된 나의 가장 오래된 친구다. 내가 쿠퍼티노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닐 때였다. 어느 날 전화를 받게 되었는데, “인천에서 살았었느냐? 샌프란시스코에 친척 아저씨들이 살고 계시냐? 아무개라는 사촌이 있느냐?” 등등의 거치고 서야 중학교 2학년 때인가 인천의 어느 도서실을 다니며 알게 된 인호였음을 알게 되었다. 어찌나 반가웠는지. 그날 우리는 한 시간이 넘도록 통화했던 것이다.

     그다음의 기억은 장거리 요금이 엄청나게 나와, 아버님한테 크게 꾸지람을 들었다는 이야기를 기억한다. 그렇다. 운전도 못했으니까 만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

     얼마 후 친구 여럿이 모여 기타 치고 노래하는 자리를 나의 집에서 마련했는데 인호를 초대했던 것 같다. 인호가 와 주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놀랍게도 인호는 미군 복을 입고 머리를 반짝이며 나타났던 것이다. 쑥스러운지 인호는 얼굴만 내밀고 집안으로 들어오지도 않고 그냥 가 버렸던 것이다. 그러고는 소식이 끊어졌다

     하루는 “너 정희냐?” 묻는 전화가 달려왔다. 부동산업을  하고 있는 나에게  신문광고를 보고 낯이 익은 얼굴이라나?.  그러고 보니 15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가 있었다. 서로 생사를 확인하며 친척들과 식구들의 안부를 교환했다. 화창한 봄날 인호가   산호세에 내려와 늦은 점심을 같이 한 기억이 있다.

     “정희야, 시간 있으면 연락해라.” 하는 시원한 목소리가 메시지에 남겨진 것이 며칠 전이었다. 이번에는 한인록을 보다가 내 얼굴이 보이 길래 생각이나 전화했다는 것이다. 지난번에 만난 적이 언제였냐며 기억을 더듬으니. 2년이 넘은 것이다. 이렇게 스스럼없이 몇 년 만에 “정희야.” 불러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좋았다. 나이도 나랑 똑같으면서 나에게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훈계하는 배짱도 좋았다.

     어떻게 지내냐는 나의 질문에 그 옛날 장거리 전화요금 사건으로 야단 치셨던 아버님이 편찮으시다고 대답했다. 아이들을 돌보며 작장과 병원, 교회에 참석하며 빠듯한 24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싶었다. 인호에겐 두 아들이 있는데 부자간의 얘기를 들어본 것을 종합해보면 그는 자상하고 매우 좋은 아버지이다. 인호는 내가 아이들을 하나님의 선물인양 키우는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기에 2년만 에 불쑥 전화로 나타나 아이들은 하나님의 선물이 아니라 손님이라는 것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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