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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벨라 Oct 31. 2022

아~ 이 기쁨!

럭키 페니

출근길이었다. 헤밀톤과 만나는 베스캄 길에서 빨간 신호를 받고 기다리고 있는데 눈에 무엇이 띄었다. 왼쪽 도로에 유턴 화살표가 그려져 있는 부분에서 멀건히 하늘을 바라보고 누워있는 하나의 동전, 럭키페니이었다.


나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페니를 줍는다. 주유소에서 게스를 넣을 때, 식품점에서 줄을 서서 나올 때, 운동하고 난 후 락커룸에서 옷을 갈아입을 때, 파킹장… 간편한 운동화 차림일 때나 고급스러운 뾰족구두 차림일 때나 구분 없이 시시 때때로 페니를 줍는다.


그날도 페니를 발견하고는 한참 기뻐하고 있는데 문제가 생긴 것이다. 헤밀톤과 베스캄 길은 항상 바쁘고 복잡한 길목이기 때문 감히 차 를 세우고 보란 듯이 페니를 주을 용기가 없었다.


다음날 새벽,  차가  뜸한 출근길에 줍기로 하고 그날은 지나쳤다. 정확한 위치를 알아두었다. 하얀색으로 페인트 된 유턴 화살표 꽁무니에서 딱 한 발자국 떨어진 곳이었다. 어두운 밤이라도 주을 자신이 있었다.


이상하게도 거의 일주일은 새벽 출근을 못했다. 그래서 매일 비슷한 위치에 누워있는 페니만 바라보고는 지나치곤 했다. 오작 화살표를 따라 눈을 옮겨 페니의 위치를 재확인하고 안심하며 하루하루를 지냈다.


그런데 일주일이 지난 어느 날 페니가 길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 세상에 나 같은 사람이 있었구나 하며 밤늦게라도 가서 줍지 않은 것이 후회되었다. 마치 내 물건을 잃어버린 듯한 섭섭한 마음이었다. 일주일이 그렇게 지나갔다. 그래도 페니가 누워있었던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운전을 하였다.


아~ 오늘 아침이었다. 다시 패니를 발견한 것이. 페니는 도로 중간에 약간 깨어진 콘크리트 부분 틈 사이에서 나를 보고 반겼던 것이다. 바람에실려왔을까 청소차의 밀고 가는 둥근 브러시에 밀려왔을까. 얼마나 기뻤는지 하루 종일 신명 나게 일을 했다.


그리고는 고민에 빠져 버렸다. 매일 아침 페니를 보고 “좋은 아침”하고 지나갈 것인지 아니면  깊은 밤이라도 운전하고 페니를 나의 집으로 데려 올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밤 10 시가 되니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었다. 간편한 옷차림을 하고 집을 나섰다. 생각보다 밤이 어두웠다. 운전하면서 옆 도로를 살펴보니 아무리 위치를 정확히 안다 해도 무리일 듯싶었다. 회색빛의 도로 외엔 아무것도 눈에 보이지 않았다.


해말톤 길이 보이는데 신호등은 그저 초록빛이었다. 천천히 운전을 하면서 페니가 있을 곳이라고 짐작되는 부분을  보았지만 페니는 안 보이고 계속되는 초록 신호등에 그만 유턴을 하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가 없었다. 빨간 신호등에 걸리기까지 빙글빙글 운전하였다.


결국 빨간 신호등에 맞추어 도착하였다.  차를 세웠지만  페이의 위치는 찾기 어려웠다. 새벽에 다시 나와야 하나 생각하고 있는데 “나 여기 있어요! “한다. 용감하게 차 문을 열고 허리를 굽혀 페니를 집었다.


집에 돌아와 이층 내 방으로 단숨에 올라갔다. 날아가 버리면 안 된다는 듯이 왼손을 조심 스러히 펴 보았다. 손바닥엔 곰보딱지가 되어 버린 페니가 있었다. 아~ 이 기쁨.


1999 생이었다!



2022년10월 30일


코비나 (캘리포니아 로스엔 젤러스 카운티)의 날씨

맑음

화씨 55.도 (섭씨 12.78도) - 화씨 75.도.(섭씨 23.89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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